셜록 배포전에 레스트레이드x셜록x레스트레이드 19금 소설 [Between the Glassbox] 들고갑니다.
옛날 옛날에 모처에서 유리상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썰을 소설로 다시 쓴 책입니다. 현대 배경 AU로 셜록은 탐정이 아니고 레스트레이드도 경찰이 아닌 설정이에요. 기존 연재 내용에 추가된 부분이 있고 번외로 후일담이 들어갑니다.
※ 커플링 주의 ※ 셜록X레스트레이드와 레스트레이드X셜록이 공존하는 19금 리버시블입니다. 씬 나옵니다. 취향타는 소재도 나옵니다.. + 어이쿠 까먹었는데 마존 설정도 있습니다.
A5 출력본 / 182P / 컬러표지 / 8000원 / 19금 (93년생부터 구입 가능)
표지는 저와 트윈 부스로 참가하시는 티캣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ㅠㅠ
부수는 예약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소량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ㅎㅎ 통판 예정은 아직 없어요. 배포전에서 신분증 확인 후에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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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수 나왔습니다. 182페이지! 늘어났습니다...ㅋ....ㅋ... 가격 확정했습니다. 8000원입니다.
예약 마감했습니다! 예약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배포전에서 뵙겠습니다! 부스위치는 H07입니다.
sample 1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샤워부스보다 조금 큰 크기의 유리 상자였다. 유리 상자를 둘러싼 남자들은 무대를 구경하는 사람들처럼 환호하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들은 말없이 침을 삼키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안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열심히들 보고 있나. 궁금해진 레스트레이드는 남자들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들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상자 안엔 검은 머리의 청년이 들어 있었다.
청년은 2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풍성한 검은 웨이브 헤어에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 적절하게 잔 근육이 잡힌 마른 몸엔 딱 붙는 가죽바지와 가죽조끼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징 박힌 가죽부츠, 역시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액세서리는 길고 날씬한 목에 찬 은제 초커 하나가 다였다. 신체가 노출된 부분이 가슴과 배, 팔꿈치 위쪽밖에 없었지만 하얀 피부와 검은 에나멜의 대비가 다 벗은 것보다 더 에로틱하게 보였다. 보아하니 청년은 유리 상자 속에서 춤을 추며 스트립쇼를 하는 모양이었다. 상자 위엔 디지털시계가 붙어있었는데 커다란 액정에서 숫자가 막 10에서 9로 바뀐 참이었다. 저 숫자가 0이 되면 돈을 넣어야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청년은 무대 위의 바니걸들처럼 웃으며 애교를 떨지도, 봉춤을 추는 근육남들처럼 육체미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턱을 도도하게 치켜든 채 유리벽에 기대어 선 그는 한쪽 가죽장갑의 가운데 손끝을 깨물었다. 하얀 앞니를 살짝 드러낸 채로 팔을 당기자 팔꿈치까지 감싼 긴 가죽장갑이 천천히 벗겨졌다. 애태우듯 천천히 벗겨지는 장갑과 그 밑에서 드러나는 희고 긴 팔과 손목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진 레스트레이드는 빽빽이 서있는 남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장갑을 다 벗겨낸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둘러보다가 장갑을 홱 내던졌다. 청년이 던진 장갑은 마침 원의 제일 앞줄로 나온 레스트레이드 바로 앞에 있는 유리벽에 맞고 떨어졌다. 흠칫 놀란 레스트레이드와 청년의 눈이 마주쳤다. 청년의 눈동자는 겨울날의 하늘보다 더 차가운 아이스블루였다. 자신을 쏘아보는 청년의 서늘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레스트레이드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가 찬 손으로 심장을 꽉 움켜쥔 기분이었다. 청년은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레스트레이드가 우스웠는지 피식 웃어주었다. 청년의 눈가가 살풋 가늘어지면서 색이 연한 입술에 웃음기가 떠오르자 레스트레이드는 차가운 손에 쥐어진 심장이 물처럼 스르르 녹아서 없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청년이 느릿느릿 장갑을 다 벗고 가죽부츠도 벗고 맨발이 되었을 때, 상자의 시계가 00:00이 되었다. 그러자 애초에 그리 밝지도 않았던 상자의 불이 꺼지며 청년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남자들이 큰 소리로 불평하는 소리에 넋을 잃고 있던 레스트레이드도 정신이 들었다. 다시 불을 켜라고 안달하는 손님들에게 마릴린 먼로 같은 차림의 여장남자가 와서 초반 10분은 서비스로 보여주고 그 다음부터는 돈을 낸 손님에게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덜거리는 손님들 중에서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려는 남자가 보이자 레스트레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택시비로 꺼냈던 돈을 유리 상자의 돈 창구에 재빨리 쑤셔 넣었다. 그가 오늘 밤 청년의 첫 번째 손님이 된 것이다.
sample 2
뒷문으로 끌려 나간 레스트레이드는 어두운 골목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 원래 몸싸움에 익숙한 타입도 아닌데다 잘 먹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지낸 중년의 레스트레이드가 젊고 건장한 경호원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스트레이드의 바다보다도 깊은 분노는 안젤로의 바디 블로를 정통으로 맞고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솥뚜껑 같이 거대한 주먹이 뱃속을 뚫고 들어와서 내장을 후려치는데 분노 그딴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때 눈앞에 하얘졌는지 까매졌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땅바닥에 웅크려서 달팽이처럼 몸을 동글게 말고 몰매를 맞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잘못했다고 그만하라고 아프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늘씬하게 두들겨 맞은 레스트레이드는 뒷골목 쓰레기 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그에게 침을 탁 뱉은 안젤로는 또 난동을 부리면 그땐 이 정도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사라졌다. 레스트레이드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쓰레기 더미 위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온몸이 아프고 자존심도 아팠다. 번듯한 회사에서 한 부서를 이끌던 자신이, 멀쩡한 가정을 가지고 넓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굴리던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몰락해서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이다. 이 쓰레기 더미는 몰락한 자신의 종착역이었다. 더 떨어져봤자 여기보다 더 비참할까. 이 더러운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까지 원한 것은 오직 셜록뿐이었는데 그를 만져본 적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자신은 그저 그를 구경하며 욕정을 채우는 손님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그것조차 못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비참해져서 울음이 나왔다.
엉망이 된 얼굴로 꺽꺽대며 우는 그의 앞에 길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레스트레이드는 누가 곁에 다가왔다는 걸 알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는 쓰레기나 안 우는 쓰레기나 어차피 똑같은 쓰레기. 이 한심한 꼬락서니를 해가지고 억지로 안 우는 척 해봤자 세워질 체면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글프게 이어지는 레스트레이드의 흐느낌 위로 건조한 저음이 내려앉았다.
“왜 울지?”
어딘가 묘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레스트레이드는 부어오른 눈을 겨우 뜨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무 아파서 이젠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긴 코트를 걸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셜록이었다. 본디지가 아닌 멀쩡한 옷을 입은 모습은 처음 보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캐시미어 코트와 짙은 색 머플러를 두른 셜록은 유흥업소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이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 멍하게 셜록을 올려다보았다. 셜록이 다시 물었다.
“왜 우냐고 묻잖아, 아저씨.”
어쩐지 높고 투명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과는 달리, 진짜 셜록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이었다. 음역이 낮은데도 저음 특유의 묵직한 느낌은 없고 대신 세련된 발음과 깊이가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도 레스트레이드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셜록의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내 자신이 비참해서요. 난 이제 더 떨어질 곳도 없어요….”
그 말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셜록이 레스트레이드를 내려다보며 입 끝을 치켜 올리고 피식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상자 안에서 다정하게 지어주던 미소와는 달리 몹시 차가웠다. 레스트레이드는 처음 셜록을 봤을 때처럼 찬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기분을 다시 맛봤다. 입가에서 웃음을 지운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가겠어?”
레스트레이드는 얼떨떨한 얼굴로 셜록을 쳐다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셜록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가 아니라 실제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이게 꿈이라면 깨지 말아야지. 그리고 이게 현실이라면…. 레스트레이드는 피 묻은 손으로 셜록의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셜록은 손에 피와 오물이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레스트레이드를 일으켜 주었다. 몸을 일으켰더니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레스트레이드는 제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셜록에게 의지한 채 한참을 윽윽거리며 신음해야 했다. 그의 등이 어느 정도 펴지자 셜록은 손을 잡아끌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보폭과 속도에 레스트레이드는 발을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가격이 확정되었습니다.
좀더 일찍 알려드려야 했는데 오늘에야 견적이 나와서 늦었습니다.
가격은 7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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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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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과 존은 뒤따라 내려가기 전에 잠깐 레스트레이드의 부서에 들르기로 했다. 그가 아직 점심을 먹으러 나가지 않았다면 함께 들자고 할 생각이었다.
셜록과 레스트레이드가 몇 년 전부터 사적인 관계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존은 두 사람 사이에 끼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커플 사이에 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셜록이 혼자 레스트레이드를 찾아가서 점심 데이트를 신청할 만큼 살가운 성격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붙임성이 심각하게 부족한 친구를 위해서 점심 한 끼 정도는 희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디저트를 먹을 쯤엔 나와야겠다. 그건 서로가 맡은 사건 때문에 한동안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자기 위장의 안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레스트레이드의 부서에 들어서자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점심시간이라 한가할 줄 알았던 사무실엔 사람이 꽤 남아있었다. 갑자기 사건이라도 일어나서 모두 호출된 걸까. 그렇기엔 사람들의 얼굴에 긴박함이 부족하다. 사무실 분위기는 어딘가 들떠있었고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 한 마디씩 수군대고 있었다. 레스트레이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책상에 걸터앉아서 옆 자리 사람과 뭔가 토론을 벌이고 있던 도노반 경사가 그들을 보더니 ‘프릭freak!’ 하고 외쳤다.
“마침 잘 왔어! 닥터 왓슨도 어서 와요.”
순간 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셜록도 의외라는 듯이 희미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녀가 셜록을 이토록 반갑게 맞이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존보다 먼저 셜록에게 인사를 하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도노반 경사가. 이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존은 셜록과 함께 그녀의 자리로 다가가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도노반 경사님? 무슨 일 있어요?”
그러자 도노반은 새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냐고요? 보면 몰라요? 당연히 있죠. 아주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고요!”
평소의 샐리 도노반 경사는 성격이 침착하고 셜록과 기세 좋게 언쟁을 벌일 정도로 배짱 있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그녀는 살짝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남아있는 경찰국의 관록 있는 수사관들도 모두 상당히 흥분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뭔가를 토론했고 짝을 짓지 않은 사람은 전화에 대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검시의인 앤더슨이 사무실로 올라와서 감식키트를 들고 설치는 중이었다. 이 안에서 범죄라도 일어난 건가? 레스트레이드 경감님은 어디 있는 걸까? 머리가 어지러워진 존은 도노반에게 재차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경감님은 어디 계세요?”
“경감님은 나가셨어요. 점심 드시러.”
일단 멀쩡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존은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이런, 우리가 늦었군요. 점심 아직이면 같이 나가서 들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하지만 도노반은 긴장이든 뭐든 누그러뜨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지금 닥터와 프릭이 점심을 먹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여버린 그녀는 최소한으로 미안해하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나쁜 뜻은 없어요. 나도 점심은 아직 못 먹었어요. 그렇지만 지금 경감님이 데이트하러 나가셨다고요. 그것도 무지무지 예쁘고 젊은 여자랑!”
(중략)
셜록은 거실에 있었다. 반만 열어둔 커튼 사이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쳐드는 거실의 1인용 소파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었다.
여기까지 차를 달려오는 내내 생각했었다. 셜록의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어떻게 말해야 그가 이 어이없는 해프닝을 웃어넘길지 열심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셜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머릿속에 머물러 있다가 혀끝으로 내려와서 맴돌던 모든 말들이 물처럼 녹아서 입안에서 사라져버렸다. 불안과 초조로 움츠러들어서 묵직하게 가라앉아있던 마음이 그를 보자마자 무거운 족쇄를 벗어던지고 단숨에 위로 위로 날아올랐다. 레스트레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2주 만의 셜록이었다.
얼굴이 조금 상해 보인다. 또 먹지도 자지도 않고 뇌세포를 혹사시켰을 테지. 그는 마른 몸에 비해 체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사건에 몰두해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난 후에 수척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그를 안으면 아마 갈비뼈가 배길 것이다.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의 가슴을 누르는 그의 앙상한 뼈와 마디마디의 감촉이 그리웠다.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셜록은 잠자코 몇 페이지를 더 읽고 난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는 레스트레이드를 응시한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존은 나갔습니까?”
2주 만에 나눈 대화의 첫마디였다.
“방금 입구에서 마주쳤네.”
“오늘은 진료소 야간 근무가 있는 날입니다.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야근은 사라와 함께 하겠죠. 오랜만에 여가 시간이 생겼는데 바로 야근을 하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을 테니까요.”
셜록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야근’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전화를 걸더군요. 나를 집에 두고 혼자 사라를 만나러 가기 미안했나 봅니다. 다시 보내느라 애먹었어요. 존은 오늘 꽤 화가 난 것 같더군요.”
셜록의 어조는 평탄했고 표정도 여느 때와 같았다. 심술궂게 빈정거리거나 쌀쌀맞게 무시할 거라고 예상했던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태연한 태도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럼 자네는? 화가 나지 않았나?”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 화를 낼 필요는 없죠.”
셜록은 살짝 어깨를 으쓱해보이고서 소파에서 일어났다. 읽던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그는 레스트레이드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쳐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차 한 잔 들겠습니까?”
등 뒤에서 찬장 문이 열리고 머그컵끼리 스치고 가스불이 켜지는 매우 평화로운 일상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차는 나보다 존이 더 잘 끓이는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나봅니다. 차 한 잔 달라고 했더니 지금 한가롭게 차나 마시고 있을 때냐고 나한테까지 화를 냈어요.”
셜록의 말끝에 쿡쿡 웃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한 그 작은 웃음소리에 둥실 날아올랐던 레스트레이드의 마음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왜 화를 안 내는 거야.”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입술을 비집고 불쑥 튀어 나왔다. 레스트레이드는 차를 끓이고 있는 셜록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내가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러 나갔다고 들었잖아. 존마저도 저렇게 화를 내는데 자네는 화도 안 내는 건가?”
얼굴을 보자마자, 그에게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당장 해명해서 오해를 풀려고 했었다. 아니야, 셜록. 난 자네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 믿어주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심술궂게 빈정거리면 묵묵히 들어줄 생각이었다. 속에 쌓인 것들이 다 쏟아져 나올 때까지, 그래서 그의 마음이 후련하게 비워질 때까지 어떠한 독설이든 다 들어주려고 했다. 만일 쌀쌀맞게 무시한다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자기 삶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마냥 무시한다면 그가 지칠 때까지 곁에 달라붙어 있으려 했다. 무시한다는 건 적어도 그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셜록이 자신을 돌아봐줄 때까지, 돌아보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줄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노반의 말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누구를 만나도 화를 안 내고 바람을 피워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레스트레이드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툭 터져나왔다.
“스토킹, 도촬, 기물파손, 협박에 상해까지! 이건 심각한 범죄야, 셜록! 그 미친놈이 네가 혼자 있을 때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어떡할 거야? 이미 한 번 손을 댔는데 두 번은 못 댈 것 같아? 그놈이 널 해칠 거라고!”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끓어올랐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온 키만 큰 어린애가 한 달이 다 되도록 괴롭힘을 당해온 사실을 몰랐다는 자괴감 때문일까. 시체와 증거, 독약과 흉기 같은 것엔 의도가 순수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집착하면서 정작 자기 일엔 그 반에 반만큼도 신경 안 쓰는 셜록이 답답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셜록이 다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화가 난 레스트레이드의 손아귀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강인한 다섯 개의 손가락이 손목을 파고들자 셜록은 미간을 찡그리며 쏘아붙였다.
“놔요! 성한 왼손마저 못 쓰게 만들 셈입니까?”
그 말에 움찔 놀란 레스트레이드는 불에 덴 것처럼 황급히 손을 놓았다. 그의 손이 쥐고 있던 자리엔 하얀 피부 위로 선명한 손자국이 올라오고 있었다. 셜록은 아픈 듯 붙잡혔던 자리를 슬슬 어루만졌다. 한쪽은 서툴게 감아둔 붕대, 한 쪽은 벌건 손자국이 남은 셜록의 두 손을 바라보며 레스트레이드는 시무룩하게 사과했다.
“미안….”
“미안한 줄 알면 이만 돌아가 주시죠. 이미 내 시간을 충분히 뺏었으니까요. 지금 돌아가면 내 우편물을 허락 없이 뜯어본 것과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온 건 용서하죠.”
“이봐, 문은 처음부터 부서져 있었다고.”
“문에는 ‘구멍만’ 뚫려 있었습니다. 문을 잠그고 여닫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요. 충분히 기능하는 문을 부숴서 못쓰게 만든 건 당신이에요. 야드로 문 수리비를 청구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아시죠.”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좀처럼 봐줄 기색이 없이 따박따박 몰아붙이는 셜록 앞에서 레스트레이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고뇌에 빠졌다. 더 이상 추궁해봤자 셜록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두고 돌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부수고 들어온 문은 경첩까지 떨어져 나가서 더 이상 문이라고 부를 수 없는 대형 쓰레기로 화했다. 바깥에선 셜록을 도촬하고 협박하고 상처를 입힌 소름 끼치는 스토커가 침입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왕성한 호기심에 비해 생존본능이 월등히 함량미달인 그를 이 집에 내버려두고 갔다간 어떤 흉흉한 기사가 내일자 신문을 장식하게 될지 모른다. 골치가 아파진 레스트레이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거실 입구에 삐딱하게 서서 빨리 가라고 눈치를 주고 있는 셜록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것은 아직 업데이트 되지 않은 수정 서클컷....ㅋㅋㅋㅋ
언제나 신세지는 고마우신 지인분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귀 귀여워욬ㅋㅋㅋㅋㅋ
만들어주신 분은 셜록은 아시지만 내 연성은 모르시는 분인데 닉만 띡 박힌 임시 서클컷을 보여드렸더니 스모그에 찌든 런던의 젖은 거리.....우울과 고독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군상의 이야기 + 연쇄살인이 일어날 것 같은 암튼 그런 멋진 타이포 그래피 서클컷을 만들어 주셔서 감격ㅠㅠㅠㅠ 그런데 죄송해욬ㅋㅋㅋㅋㅋ 제 연성 엄청 헐랭할 예정이에요ㅋㅋㅋㅋ게다가 부스명(스피디네 샌드위치집을 구글맵으로 찾아본건 나뿐만이 아니겠지?)을 알려드렸더니 Aㅏ.......하시더니 저렇게 귀여운걸 만들어 주셨습니닼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저 서클컷에 걸맞는 귀여운 연성 쓰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BBC 셜록으로 참가하고요.
8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큰 포부를 가지고 책 두권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셜존셜 호노보노북과 레셜로 수위북이에요.
셜존셜은 중편 예상이고
레셜은 기존 단편 몇개와 앞으로 쓸 단편이 들어간 단편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처에 올라온 존잘님의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하는 그림을 보고서 주체하지 못하고 써버린 글ㅋㅋ
리퀘주의 글도 달달해서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
내꺼는 달달은 아니고 건조한 분위기인데 이런 분위기가 나의 레셜 디폴트.
오랜만에 써보니 좋았다ㅎㅎ
"자네 지금 겨우살이 밑에 서있어."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셜록은 문자를 입력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뉴 스코틀랜드 야드의 1층 로비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경찰청을 어려워하는 런던시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올해 트리는 예년보다 크고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처럼 늦은 밤에도 꼬마전구 덩굴은 알록달록한 불을 밝혔고,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의 가지엔 여러 가지 장식들이 매달려 있었다. 셜록이 서있는 가지엔 막대사탕이나 금빛 구슬 대신 겨우살이가 매달려 있었다. 단지 그뿐이다. 셜록은 핸드폰을 쥔 채로 막 로비로 내려온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이 어두운 로비에서 제일 밝은 위치예요."
새벽 3시였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난지 오래였고 경찰청은 야근자들에게 불을 밝혀주기보다는 전기세를 우선했다. 그러면서도 트리엔 불을 밝혀놓는 이중성이라니. 셜록은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종교행사의 상징물 밑에서 3초마다 색깔이 바뀌는 꼬마전구의 불빛으로 겨우 스마트폰 액정을 비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끝났어.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나머지 몇 글자를 더 치려는 셜록에게 레스트레이드가 천천히 다가왔다.
"겨우살이 밑에 서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무심하게 대답하는 셜록을 보고 레스트레이드의 눈썹머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런 쓸데없는 정보는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을 거라고 여겼나보다. 사실 그 말이 맞았다. 레스트레이드가 진지한 얼굴로 '어떤 의미'라고 말했을 때 문득 생각이 났을 뿐이다. 레스트레이드는 몇 걸음 더 다가와서 셜록의 앞에 섰다.
"알고 있으면 그 자리는 피하는게 어때?"
묘하게 쌀쌀맞은 목소리였다. 셜록은 말없이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벌써 다섯 번째 크리스마스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레스트레이드와 셜록은 만난 이후로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엔 연쇄살인마가 흘린 증거를 찾기 위해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템즈 강가를 뒤졌고 2년 뒤엔 앙심을 품은 피의자가 셜록을 가위로 찌르는 바람에 미어터지는 응급실에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때 셜록은 처음으로 레스트레이드가 범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는 어디서 보냈더라.
"자네가 그런데 관심 없는 줄 모르는 사람이 오해하기 전에."
아, 기억났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엔 레스트레이드의 방에 있었다. 그가 선물로 받은 글렌피딕 30년산과 함께. 그때 셜록은 창밖에서 들리는 성가대의 캐럴이 짜증난다고 했고 레스트레이드는 쿡쿡 웃으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아주었다. 잠시 후 그가 귀에서 손을 떼고 셜록의 허리를 잡았을 때, 신기하게도 더이상 캐럴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엔 자신의 집에 있었다.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자정을 막 넘긴 시간에 화를 내며 떠났고 셜록은 배웅하지 않았다. 문가엔 그가 가져온 커다란 크리스마스 용품 봉지가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봉지 위로 비죽이 튀어나온 겨우살이 가지는 새해가 지난 후에야 바싹 마른 채 쓰레기더미에 버려졌다. 그 뒤로 그가 사적인 일로 셜록을 찾아오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셜록은 자신의 정면에서 거리를 두고 서있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말했다.
"전 이 자리가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오해해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여기 '다른 사람'이 있나요?"
셜록이 담담하게 되묻자 레스트레이드의 눈가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가 쌓인 피로 때문에 갑자기 안검경련증이 생긴게 아니라면 꽤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어딘가 화가 난듯한 표정이 낯이 익었다. 기억이 맞다면, 물론 맞겠지만 피의자의 가위에 찔렸을 때 17바늘을 꿰매고 응급실 칸막이에서 걸어 나오는 자신을 보고 레스트레이드가 지었던 표정과 닮았다. 그때 그의 주먹은 붉게 부어있었다.
"장난하지 마."
"제가 장난을 친 적이 있습니까?"
"더이상 휘둘리기 싫어."
"싫다면서..."
셜록은 서너 걸음 앞에 있는 레스트레이드를 향해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어째서 겨우살이 이야기를 꺼낸 겁니까, 경감님. 크리스마스는 3시간 전에 이미 지나버렸는데요."
엄밀히 말해서 올해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낸 것이 맞다. 피곤에 찌든 여덟명의 형사들도 함께 있었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레스트레이드와 셜록의 시선은 몇 차례나 마주쳤다. 자정이 지났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와는 달리 축하하지 않는 26일 0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너 걸음에서 한 걸음이 줄어든 거리는 1년 전보다 가까웠다. 두 번만 큰 보폭으로 움직이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말 그대로 그는 둘 사이의 거리를 단 한 걸음에 뛰어 넘어버린 것이다.
"읍!"
멱살을 잡듯이 머플러를 움켜쥔 손이 거칠게 잡아당겼다. 며칠째 밤샘으로 가칠하게 튼 입술이 역시 비슷하게 튼 입술을 덮쳐왔다. 밀어붙이는 기세에 뒤로 넘어갈 뻔 했지만 뒷머리를 단단히 붙잡은 손이 지탱해주었다. 두툼한 혀가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1년 만의 감촉이었다. 셜록은 핸드폰을 쥔 손으로 그의 등을 끌어안을 새도 없이 키스에 응했다. 그의 입술은 여전히 바삭바삭 말라있고 혀는 여전히 뜨겁고 축축했다. 셜록은 오랜만의 키스에 빠르게 적응하며 얇은 혀끝을 맞댔다. 그와의 키스가 그리웠었다.
셜록의 하얀 피부 위로 비치는 꼬마전구의 색색가지 불빛이 아주 여러 번 색을 바꾼 후에야 엉켜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단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레스트레이드는 몸의 체중이 뒤로 쏠려서 넘어가기 직전엔 셜록의 머플러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랜 키스로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겨우살이 밑을 벗어났어."
확실히 지금은 겨우살이 밑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었다. 변명인지 투정인지 모를 그 말에 셜록은 헐떡이면서도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런 것에 집착한다. 셜록은 그것이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한때 그런 가정을 일궜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가 된 지금 더더욱 겨우살이나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자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 그는 펄쩍 뛰며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셜록은 크리스마스나 겨우살이 같은 뻔한 풍습 자체에 1g의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으나 레스트레이드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와 겨우살이 아래 키스는 싫어하지 않았다. 그걸 1년 전에 말해주면 좋았을걸.
"그래서 키스하지 않을 겁니까?"
입 끝을 치켜 올리며 웃어줬더니 저녁 내내 굳어있던 레스트레이드의 입가도 부드럽게 허물어졌다.
"설마."
이번엔 좀더 다정하게 와 닿는 입술을 맞이하며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의 등에 손을 올렸다.
셜록이 해리를 만나러 간 존에게 작성 중이었던 문자를 고쳐서 전송한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오늘도 철야. 돌아가면 자네가 돌아와 있겠군. 오후에 보세, 존. SH]
이걸로 늦은 크리스마스 인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ㅎㅎ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ㅎㅎ
나는 셜록과 존 관련 영상은 원작이 넘사벽이라 십분 만족하고 있어서 굳이 유튭에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는데
뭐 좀 찾으러 유튭 들어가봤다가 아무 생각없이 레스트레이드를 쳐봤다.
근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레 커플링 영상이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합니다 양웹 언니들ㅋㅋㅋㅋ 제 견식이 짧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많진 않고 몇개 있던데 재미있어서 몇개 가져와봄ㅇㅇ
모처에서 레레가 셜록이 물건 놓는 곳을 잘 알고 있다는 썰이 귀여워서 쓴 글.
파일명은 아무렇게나 지어서 우렁각시 레레....Aㅏ........;
시작은 콘돔이었다.
셜록의 침대 옆 첫 번째 서랍에서 자연 발생하듯 솟아나왔던 콘돔이 똑 떨어진 날, 레스트레이드는 그동안 셜록과 금전적인 쉐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관계는 우연의 산물이었고 비정기적으로 끊어질듯 간간히 이어져 왔기에 레스트레이드는 이 관계가 어떤 것인지 쉽게 이름붙이기 힘들었다. 만일 셜록이 자신의 연인이었다면 데이트 비용은 모두 자신이 부담했을 것이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런 면에선 구식남자였고 일방적인 지출에 대해서 타협할 의향이 조금도 없었다. 만일 셜록이 만나서 잠만 자는 섹스파트너였다면 섹스에 드는 비용을 분담했을 것이다. 호텔비, 룸서비스, 레스트레이드가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들, 그리고 콘돔. 목적을 가진 관계는 금전적으로 동등해야 더 오래갈 수 있었다. 그것은 몇 년 전 그리 깔끔치 못했던 이혼 재산분할 소송으로 얻은 지혜였다.
하지만 셜록과의 관계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연인은 처음부터 논외였고 섹스파트너라고 툭 털어버리기엔 공적으로 지나치게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섹스를 하자고 만났다가 미결 사건에 대한 논의로 밤을 새버리고서 섹스보다도 더한 피로감을 느끼며 돌아간 적도 있고, 사건을 해결한 직후 애송이 틴에이저처럼 싸구려 모텔로 급히 뛰어든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건에서 파생된 관계였다. 사건이 주, 섹스는 부록. 첫사랑에서 이혼까지 산전수전 다 겪어본 레스트레이드였지만 함께 사건을 해결하면서 기분에 따라 몸도 섞는 관계에서 금전적으로 얼마나 부담해야하는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귀찮아서 박스로 쟁여놨을 콘돔이 떨어지고 셜록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 썼군. 오늘은 그만할까.’하고 비에 젖은 장작에서 불똥이 사그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때, 레스트레이드는 기대에 들떠있던 장전된 주니어와 함께 청천벽력 같은 낭패감과 깊은 후회를 느꼈다. Oh, God! 진작 좀 사다둘 것을!
레스트레이드가 셜록의 집에 드나들면서 셜록의 물건들(특히 소모품)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계기가 되었던 콘돔은 셜록이 사다두었던 것과 같은 상표로 두어개씩 서랍에 넣어두었다. 아무리 레스트레이드라도 셜록에게 대놓고 ‘지난번과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콘돔 재고 현황을 체크하고 싶네. 일단 이건 오늘 쓸 것과 여분, 그리고 비축분일세.’라면서 콘돔 덕용 포장을 안겨줄 뻔뻔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셜록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두어개씩 채워놓고 사용하면 다시 채워놓았다. 셜록이 추리가 아닌 일상에는 무심한 성격이라서 다행이었다.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 머리맡의 티슈였다. 마지막 한 장만 간당간당하게 남은 티슈상자를 발견한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이 몸에 묻은 액체를 닦아내려다가 티슈가 떨어진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 썼군. 오늘은 이걸로 끝내지.’하는 것을 떠올리고서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그날은 셜록이 욕실로 직행해서 티슈를 쓸 일이 없었지만 레스트레이드는 당장 마트로 달려가서 같은 상표 같은 향기의 티슈를 사서 바꿔치기했다. 물론 완벽을 기하기 위해 처음 몇 장을 한 움큼 뽑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온갖 물건이 다 신경 쓰였다. 셜록이 뉴스를 보려다가 티비 리모컨이 말을 듣지 않자 ‘배터리가 다 떨어졌군. 오늘은 레스트레이드와 자지 말까.’ 혹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려다 마요네즈 튜브가 텅 빈 것을 보고 ‘샌드위치를 못 먹겠군. 레스트레이드와 자지 말아야지.’ 혹은 구두약이 다 떨어졌을 때 ‘더 이상 내 구두에서 광이 나지 않아. 레스트레이드와 자지 말아야겠어.’하는 상상이 떠오를 때마다 셜록의 집에는 새 물건이 늘어났고 생활이 점점 윤택해졌다.
스스로도 나잇값도 못한다며 혀를 차긴 했지만 셜록이 모르도록 꾸며두는 것은 은근히 재미있었다. 새로 뜯은 비누는 적당히 문질러서 로고를 지워두었고 새 치약은 가운데 배를 꾹 눌러서 짜냈다. 설탕 봉지는 찬장 뒤에 숨겨두고 병에는 반만 채워두었다. 셜록이 자주 쓰는 영역인 책상 위가 가장 까다로운 스폿이었다. 그러나 레스트레이드는 현장 감식에 익숙한 런던의 민완 경감이었다. 테이블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다 쓴 펜이 놓여있던 자리 그대로 바꿔치기하고 인쇄용지가 부족하다는 경고음을 울리기 전에 부지런히 종이를 보태두었다. 레스트레이드의 치밀한 현장조작은 한 번도 의심받은 적이 없었고 셜록은 책상작업이 묘하게 쾌적해진 것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셜록의 거처가 자신의 색깔로 물들어가는 것도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그의 집에서 아침을 맞이했을 때 주방에서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의 향기가 흘러나온다든가, 셜록의 머리칼에서 자신의 것과 똑같은 샴푸 냄새가 난다든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즐겨 마시는 맥주가 차갑게 식은 채로 기다리고 있으면 소소한 기쁨이 느껴졌다. (물론 가끔씩 인체의 일부분이 그 옆자리에 놓여있을 때도 있었지만) 평소에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셜록이 좀 말랐다 싶을 땐 쉽게 꺼내먹을 수 있는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다음에 왔을 때 그게 없어져있거나 줄어있으면 괜스레 뿌듯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는 셜록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웠다. 야드의 구정물 같은 커피와 비슷한 맛이 나던 자기 집 커피에서 블루마운틴의 우아한 초콜릿맛이 느껴지자 셜록은 눈을 깜빡이며 머그컵 안의 검은 액체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레스트레이드, 이 커피 자네가 끓였나?”
“응, 별론가?”
“…아니, 나쁘지 않군.”
살짝 입맛을 다시면서 천천히 커피를 맛보는 셜록을 보고 레스트레이드는 속으로 몰래 웃었다. 그 후로 셜록은 집에서 차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시게 되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레스트레이드는 셜록보다 셜록의 물건들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귀중한 사건 파일을 보관하는 곳부터 가게에서 받아온 영수증을 쑤셔 박는 서랍 위치, 즐겨 쓰는 머그컵을 넣는 곳이 몇 번째 찬장인지,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 같은 실험도구들의 정리 체계까지도. 가끔 레스트레이드가 셜록의 집에 들렀을 때, 셜록의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으면 슬며시 제 자리에 정리해주곤 했다. 레스트레이드가 다녀갈 때마다 셜록의 작은 플랫은 점점 깨끗해지고 정돈되었다. 그렇게 되자 아무리 일상에 무심한 셜록이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인지한 모양이었다.
“요즘 장보러 가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어.”
아무 맥락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 말에 레스트레이드는 찔끔 놀랐다. 들켰나? 하지만 셜록의 얼굴을 훔쳐봐도 나른한 표정만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잘된 일이 아닌가. 장보기 같은 귀찮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면서.”
“난 청소한 적이 없는데 집안도 깨끗해지고.”
“자네가 집에 별로 안 있다 보니 그런 거겠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해주자 셜록은 물끄러미 레스트레이드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나저나 자넨 요즘 내 집에 자주 오는군. 자넨 집이 없나?”
톡 쏘는 셜록의 말을 대충 둘러대면서 레스트레이드는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레스트레이드의 비밀스러운 살림 원조와 은폐공작이 종말을 고한 것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에 늦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화장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레스트레이드는 화장실 휴지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지뿐만이 아니었다. 치약이 떨어져서 이를 닦을 수 없었고 샴푸가 떨어져서 발톱만큼 남은 비누로 머리를 감아야했다. 설탕통이 텅 비어서 커피에 넣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즐겨 마시는 블루마운틴도 찌꺼기만 바닥에 조금 남아서 빈곤의 향기를 솔솔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현관의 형광등까지 나가서 깜빡거렸다. 그동안 셜록의 살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기 집의 모든 소모품이 바닥난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레스트레이드의 폭주는 식비와 기름 값을 제외한 평소 생활비의 두 배에 달하는 카드 청구서가 냉엄하게 증명해주었다. 몇 달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황폐해진 자기 집을 둘러보며 레스트레이드는 넋 나간 부랑자처럼 망연히 서있었다.
시작은 분명히 작은 콘돔 한 곽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의 세간에 자신의 월급을 모두 쏟아 붓고 있었다. 심지어 셜록 본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가며!
“하하, 이게 무슨 짓이람….”
먼지가 얇게 깔린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마른 웃음을 터뜨린 레스트레이드는 다용도실에서 진공청소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레스트레이드가 셜록의 살림을 은밀히 체크하고 보태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다. 물건이 제 자리에 놓여있지 않아도 정리하는 것을 삼갔다. 치약이 떨어지고 휴지가 떨어져도 꾹 참고 채워놓지 않았다. 셜록은 쾌적하던 생활이 전처럼 돌아가자 한동안 짜증을 냈지만 곧 잊어버렸다.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의 커피가 다시 구정물 맛으로 돌아간 것이 가장 아쉬웠으나 자신도 더 이상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셜록의 삶과 레스트레이드의 삶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을 제외하고.
“응? 이게 뭔가?”
“콘돔일세. 언제나 자네에게 신세지기 미안해서.”
레스트레이드가 내미는 콘돔곽은 셜록이 사다두었던 것과 다른 상표였다. 셜록은 낯선 종이곽을 들여다보더니 침대 서랍에 휙 던져 넣으며 말했다.
“굳이 안 사와도 되네. 전에 잔뜩 사다놔서 아직도 많아.”
그러자 레스트레이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내기해도 좋아, 셜록. 내가 장담하건데 금방 떨어질걸.”
존의 전화를 받았을 때, 레스트레이드는 그런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경감님? 찾는다고 찾아봤는데 셜록이 두고 간 파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방이 하도 엉망이라서요.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인가요?”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존의 난처한 목소리를 듣고 레스트레이드는 자상하게 말해주었다.
“지난 사건 파일이라면 아마 시계가 놓인 선반 바로 밑 칸 바닥에 놓여있을 걸세.”
1분쯤 지나서 다시 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어요! 찾았어요, 경감님! 지금 곧 갖다드릴게요.”
“고맙네, 존. 그럼 부탁하겠네.”
“…그런데 셜록이 파일을 여기 두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레스트레이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셜록도 작은 1인용 플랫에서 2인용 플랫으로 이사 가서 동거인을 들였다고 해도 습관이 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존이 셜록의 집에 들어온 이후부터 전처럼 자주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너무도 셜록답게 어질러진 거실을 보며 레스트레이드는 애써 웃음을 참곤 했다.
“그건 말일세, 존.”
셜록과 함께 살겠다고 나선 이 무모한 남자는 아직 셜록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리고 셜록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수위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뭐 별거 안나오니까 공개로.
버진이라고 놀림받아서 짜증내는 셜록을 형님 돋는 레레가 체리 졸업 시켜주려고 바에 데려가는 썰이 귀여워서 실시간으로 써갈겼네ㅋㅋ
글이 저질이라 죄송합니다...;
벌써 몇 병이나 비웠는지 모른다. 레스트레이드는 털어넣으려던 위스키잔이 텅 빈것을 보고 가까이 있는 병을 집었다. 하지만 그 병도 비어있었다. 내가 다 마셨나? 그건 아닐 것이다. 여기 널브러져 있는 술병의 술을 혼자 다 마셨다면 지금 자신은 바 테이블이 아니라 앰뷸런스를 타고 있을 것이다. 천재 탐정이 아니라도 이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셜록?"
그러자 옆자리에서 마찬가지로 술이 나오지 않는 술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노려보며 허공에 흔들고 있던 셜록이 꼬부라진 혀로 대답했다.
"허? 레흐트라드....?"
셜록은 6번째로 다가왔던 여자 2인조가 그의 친절한 독설에 질려 도망쳐버린 후로는종족번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캐주얼한 교미보다 빠른 알콜 흡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런 셜록에게 뭐부터 가르쳐야할지 막막했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어째서 "당신은 배란기입니까? 하복부가 약간 부풀어있는 것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군요. 콘돔이라 불리는 라텍스 피임기구의 피임방지 확율은 100%가 아닙니다. 배란기의 난자와 나의 활발한 정자가 만나면 원치않는 임신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와 교미하겠습니까?" 라고 말하면 안되는지부터 설명해야할까, 안주를 집어먹던 여성이 "어머 나 살찌는데. 나 뚱뚱해보이죠?" 라고 말할 때 "그렇군요. 당신의 체지방은 건강한 20대 여성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치킨 너겟을 다 먹으면 내일 아침 0.3% 정도 더 올라가겠군요." 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부터 가르쳐야할까. 현명한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에게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한잔 두잔 계속 잔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해서 2시간 뒤엔 둘다 고주망태가 되어버렸다.
"레흐트라드.....오늘의 시도는 실패야... 난 실패해써...."
텅 빈잔을 벌써 세번째 입안에 털어넣으며 셜록이 중얼거리자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등을 팡팡 쳐주며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셜록!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은가! 자넨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언변술도 뛰어나니까......아니 입만 다물고 있으면 동정 딱지는 금방 뗄 수 있을 거야. 나만 믿어!"
레스트레이드는 술에 취하면 긍정적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 근거없는 긍정적 발언에 셜록은 푹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고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레스츠라드.....근거없고 비과학적인 응원이지만 기분이 좋아지는근...."
셜록이 순순히 고맙다고 말할 줄 몰랐던 레스트레이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셜록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고..고맙긴. 나도 자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않은가. ..........그런데 셜록 자네 눈동자가 정말 예쁘군. 물망초 같은 하늘색이야..."
"그러는 당신 눈은.........잿빛이 섞인 블랙이군.....비구름이 낀 밤하늘색...내가 좋아하는 하늘이야..."
서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이제 슬슬 계산해달라고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웨이트리스는 두 남자가 격렬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 뒷걸음질쳐서 가버렸다. 부킹한 여자들을 죄다 퇴짜 놓더니 역시 호모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방이나 잡을 것이지.
다음날 셜록은 깨질듯한 두통과 그보다 더 큰 둔통을 느끼며 깨어났다. 술을 마셨으니 머리가 아픈 건 논리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어째서 엉뚱한 곳에서 저릿한 아픔이 올라오고 있는 것인가.
머리를 싸매쥔 셜록은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5번째로 테이블에 찾아왔던 여자가 자신에게 술을 끼얹었던 것이다. (물론 잘 피했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아니...조금 더 기억 난다. 누군가 내 눈이 예쁘다고 했다. 기분이 좀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게 몇번째 여자였을까.... 두통이 더 심해진다. 셜록은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이럴땐 빙글빙글 돌고 싶은데 빙글빙글 돌았다간 두통이 심해져서 토할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어 유감이다. 누군가와 키스한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다. 술 냄새가 많이 났다. 입술은 따뜻했고 포옹은 강인했다. .........여자 운동선수가 있었던가...? 그러고보니 등을 팡팡 쳐주었던 것 같다. 얼얼했다. 마치 내가 사건을 해결했을 때 레스트레이드가 종종 그랬던 것처럼...........응?
순간 셜록은 두통이 심해지는 것도 무릅쓰고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평소보다 수염이 좀더 자라난 그의 얼굴이 셜록과 같은 베개를 베고 있었다. 그는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허리께에만 시트를 감고 입을 벌리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드르렁.........커.........."
대답대신 코를 고는 레스트레이드의 드러난 상체엔 몇줄기 할퀸 자국과 붉은 자국이 점점이 남아있었다. 셜록은 1초 정도 망설였다가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쳐보았다. 예상대로 셜록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속옷까지 다. 오른쪽 발에 절반쯤 신겨져있는 양말은 미처 벗지 못한 실수인가 누군가의 페티시의 잔재인가. 그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셜록의 몸에 남은 흔적들이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셜록의 몸에 울긋불긋 수놓은 것은 키스마크였다. 주로 목덜미와 유륜 근처에 집중된 붉은 키스마크는 그의 몸이 어젯밤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추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심지어 한쪽 유두는 아직도 발딱 서있어서 이불이 스칠 때마다 따끔따끔 아팠다. 이것은........아니, 아직 판단은 보류하자. 성급한 결론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셜록은 천근같은 몸을 약간 일으켜서 천천히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보았다.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에 말라붙은 점액의 흔적이 불길했다. 그리고 셜록의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더듬어 들어가서 아까부터 아릿아릿 고통을 주던 그부분에 닿았을 때, 셜록은 자신이 필요한 모든 단서를 얻게 되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고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레스트레이드의 가슴팍을 매섭게 내리쳤다.
"레스트레이드! 일어나!"
느닷없이 가슴에 호된 일격을 맞은 레스트레이드는 컥하고 숨을 들이켜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앞엔 분노한 얼굴의 셜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울긋불긋하게 물든 섹시한 알몸도. 레스트레이드는 흐릿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셜록............어제 성공했나?"
그 말에 셜록의 눈썹이 한층 더 높이 치켜올라갔다. 그는 다짜고짜 레스트레이드가 감고 있는 시트를 홱 벗겨내고 그의 엉덩이 사이에 손을 쑥 밀어넣었다. 너무나 빠른 손놀림이라 아직 잠이 덜깬 레스트레이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