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성반전한 여체 레레와 셜록이 나오는 글입니다...
별건 안 나오지만 성반전이 껄끄러우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
“애초에 너 같은 일반인을 현장에 들여보내는 게 아니었어! 경감님은 뭐 하러 이런…!”
“그건 현장의 전문가가 무능하다는 증거겠지.”
“뭐야? 이 또라이가?!”
“이봐, 그만해. 그래봤자 소용없는 거 알잖아.”
“알아! 아는데 이 녀석이 자꾸 열 받게 하잖아!”
기묘한 광경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정집 거실,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 사방에 자욱한 검은 먼지, 그 자욱한 먼지 속에서 왈왈대고 있는 푸른 보호복 차림의 남자들, 그리고 그 소동의 한가운데에 거만하게 서있는 검은 머리 청년.
셜록은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았으나 무심하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듣는 이의 분노를 높였고, 그를 둘러싼 언쟁의 열기 또한 부채질했다. 특히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검시관 앤더슨은 평소의 패기 없는 모습을 버리고 당장이라도 셜록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앤더슨이 평생 후회할 짓을 저지르기 전에 힘 있는 알토 소프라노가 방안을 쩌렁하게 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방안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그곳엔 뉴 스코틀랜드 야드의 민완경감인 레지나 레스트레이드가 서있었다.
레지나는 방안에 자욱한 재먼지를 보고 잘 다듬은 암회색 눈썹을 찌푸렸다. 반듯한 이마에서부터 깔끔하게 빗어 넘긴 숏컷 머리도 눈썹과 같은 색이었다. 레지나가 바닥에 늘어놓은 증거 태그를 피해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울리며 방안으로 들어오자 앤더슨이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는 아이처럼 쪼르르 달려왔다.
“Ma'am! 이 난장판 좀 보세요! 이 녀석이 증거를 찾는답시고 굴뚝 안을 들쑤셔서 현장을 이 꼴을 만들어 놨다구요!”
짙은 속눈썹에 감싸인 고동색 눈동자가 셜록을 향했다. 셜록은 앤더슨의 고자질에도 뉘우치는 기색조차 없이 굴뚝에서 쏟아져 내린 재로 엉망진창이 된 벽난로를 손가락질해 보였다.
“덕분에 범인의 발 치수와 구두 종류, 체형과 휴일에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 지까지 알아냈습니다만? You're welcome.”
“하지만 그 때문에 굴뚝 재가 방안으로 쏟아져서 현장이 엉망이 됐잖아?! 시신을 미리 덮어두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어?!”
“그랬다면 자네는 지금보다 더 무능한 검시의가 되었겠지.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뭐라고?!”
앤더슨의 울화통이 다시 폭발하려고 하자 레지나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 셜록, 밖으로 나가있어. 앤더슨, 피해자 시신이 더 오염되기 전에 어서 연구실로 가져가도록 해.”
두 사람은 놀랍게도 레지나의 판결이 탐탁지 않다는 것으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두 사람이 만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셜록은 미간 사이에 주름을 잡았고, 앤더슨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지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못마땅함을 어필해도 이 현장의 책임자는 그녀였다.
“당장!”
레지나가 손바닥을 짝 치며 두 사람을 재촉했다. 그러자 멈춰있던 현장의 공기가 마치 환풍구가 열린 듯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셜록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빠른 걸음으로 나가버리자 앤더슨도 투덜대며 시신을 호송할 준비에 들어갔다.
척척 지시를 내리며 능숙하게 현장을 지휘한 레지나는 뒷일은 도노반에게 맡기고 조용히 뒷문으로 걸음을 돌렸다. 현장은 슬슬 마무리 되어갔지만 아직 마지막 순서가 남아있었다. 좁은 복도를 지나 예쁜 커튼이 쳐진 뒷문을 나오자 아기자기한 거실과 마찬가지로 아담하게 꾸며진 뒤뜰에 어울리지 않는 시커먼 그림자가 서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레지나가 다가가자 셜록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별 말은 없어도 아직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레지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이 토라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쥐어주기로 했다.
“이제 굴뚝에서 찾은 증거가 뭔지 말해줘, 셜록.”
그러자 셜록은 두어 번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지금껏 꾹 참고 있던 추리를 단숨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범인은 굴뚝을 통해 거실로 침입했습니다. 굴뚝 안에 벽을 타고 내려온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또한 좁은 굴뚝 안에서 돌출된 신체가 쓸린 자국도 있었죠. 표면적으로 보아 비만한 복부. 유방의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남성이겠군요.”
셜록은 잠시 레지나를 슬쩍 바라봤다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굴뚝에 짚은 손발의 위치를 미루어 보건데 범인은 뛰어난 암벽등반가이거나 굴뚝청소부일 겁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살이 쪄서 전성기의 실력이 나오기 힘들 겁니다. 그러니 현역 굴뚝청소부일 가능성은 낮지요. 또한, 오른쪽보다 왼쪽 다리가 긴 사람입니다. 어쩌면 다리에 부상을 입어서 등반을 그만두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정도 굴뚝을 밧줄 없이 타고 내려온 것으로 보아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주말에 인공암벽타기 연습장 같은 곳에 다녔겠지요. 근처 연습장을 조사해보세요. 피해자와 최근에 접촉한 사람과 교집합이 나올 겁니다.”
레지나는 감탄한 눈으로 셜록을 바라보았다. 셜록은 마치 격렬한 크레센도의 연주를 마치고 숨을 고르며 관객의 박수갈채를 기다리는 연주가처럼 레지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현장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이렇게 상세한 추리를 뽑아내는 셜록의 능력은 언제 봐도 놀랍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살짝 상기된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셜록의 얼굴은 레지나가 그에게 느끼는 통상적인 경이로움 말고도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그 모든 걸 굴뚝 안에서 배가 쓸린 자국으로 알아낸 거야?”
“전부 다는 아니지만 70% 이상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 감식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굴뚝재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굴뚝 안에 고개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말이지. 이것 봐, 여기도 지지가 묻었잖아. 잘생긴 얼굴이 이게 뭐야.”
셜록의 얼굴에 묻은 검댕을 보고 쿡쿡 웃은 레지나는 엄지에 침을 묻혀서 닦아주려고 했다. 그녀의 7살 난 아들에게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레지나의 손끝이 광대뼈와 뺨에 와 닿자 눈이 휘둥그레진 셜록은 얼른 고개를 흔들어서 도망쳐버렸다.
“무슨 짓이에요? 난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고요!”
셜록의 격렬한 반응에 무안해진 레지나는 지지 않고 외쳤다.
“나도 네 엄마가 아니야!”
네가 내 아들이었다면 삐딱하게 굴 때마다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고 울상지은 얼굴에 잔뜩 뽀뽀해줬겠지.
레지나의 말에 셜록은 연한 제비꽃빛 눈동자로 노려보다가 홱 시선을 돌려버렸다. 귀찮은 듯 손등으로 슥 훔친 뺨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검댕이 남아있었지만 레지나는 이번엔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 아니었고, 자신도 그의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니었기에.
어색해진 레지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사건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래서…, 내가 찾아야할 사람은 굴뚝을 잘 타고 배가 나온 아저씨란 얘기지? 꼭 산타클로스 같군.”
하지만 레지나의 실없는 농담에 셜록은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 완벽하게 토라진 셜록의 얼굴을 보고 레지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 까칠한 아이는 다루기가 정말 까다롭다. 좀 가까워졌다 싶으면 도망쳐버리고 서먹하게 대하면 말없이 토라져버린다. 미운 일곱 살도 이렇게 골치 아프진 않을 텐데.
“아, 미안, 미안~! 놀리려고 한건 아닌데 오늘 우리 아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사과하는 레지나에게 셜록이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었습니까? 동방박사와 아기 예수였습니까?”
“응?”
“아드님 학예회요.”
셜록의 이런 돌발적인 추리엔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레지나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표정한 셜록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레지나는 그를 만난 이후로 벌써 몇 번째 물어봤는지 모를 질문을 또 다시 던졌다.
“어떻게 알았어?”
“당신은 평소보다 현장에 늦게 도착했죠. 옷은 평소 근무시간에 입는 바지 정장이 아닌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었고요. 좋아하는 색깔로 옷을 차려입었기에 데이트였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랬다면 좀 더 섹시한 옷을 입었겠죠. 지금 입은 옷은 PG(부모동반 관람가) 등급이군요.”
셜록의 시선이 무심하게 레지나의 올리브색 원피스를 훑고 지나갔다. 진주모양의 단추가 주르륵 달려서 목을 감싸는 우아한 디자인의 실크 원피스는 아름다웠고 레지나의 피부색과도 잘 어울렸지만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리고 몰고 온 차가 업무용으로 쓰는 BMW가 아니라 아동용 시트가 달린 SUV더군요. 아까 밖에 나오면서 주차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런 점으로 보아 오늘 당신이 아들과 함께 있다가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고 수업이 없는 날이죠. 그러니 초등학교의 수업 외 행사일 테고 결정적인 증거는….”
셜록은 천천히 손을 뻗어서 레지나의 어깨에 묻어있는 스티로폴 조각을 떼어주었다. 아이손톱만큼 작은 하얀 스티로폴은 1시간 반 전에 학교 강당에서 마구 흩뿌려댄 인공 눈송이였다.
“이것과 구두 굽에 달라 붙어있는 금색 종잇조각이었어요. 겨울 시즌에 눈이 등장할만한 아이들 연극이라면 크리스마스 캐럴이거나 동방박사와 아기 예수, 둘 중 하나겠지요.”
셜록의 폭풍 같은 추리가 끝나고 레지나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셜록과 함께 일하게 된지 1년이 넘었지만 그가 이렇게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줄은 몰랐다. 자신이 입는 옷, 타는 차, 아들의 나이, 좋아하는 색깔, 데이트 상대의 유무. 세상에 관심 있는 거라곤 오직 사건과 추리밖에 없는 것 같았던 이 까다로운 청년이 조용히 머릿속에 담고 있던 자신의 여러 부분들. 레지나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셜록을 바라보자 그는 잠시 시선을 마주보다가 곧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익숙한 그 모습에 레지나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돌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이었어. 우리 아들은 산타클로스 역이였지.”
“크리스마스 캐럴에 산타클로스가 나오나요?”
“안 나와. 애들에게 배역을 주려고 억지로 집어넣은 모양이야. 덕분에 우리 아들은 산타클로스가 진짜가 아니란 걸 깨달아버렸지. 그런데 산타가 나란 걸 알면 선물을 못 받을까봐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아.”
“아드님이 똑똑하군요. 나보단 못하지만. 난 1년 3개월에 산타클로스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어머니와 거래를 했어요. 산타가 가짜란 걸 알지만 선물은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사촌들에게 산타가 가짜란 걸 폭로해버리겠다고 했죠. 형은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오, 불쌍한 홈즈 부인! 우리 아들이 자네만큼 영악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레지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셜록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난 당신 아들이 아니라니까요.”
모처에서 셜록 여체, 존 여체는 나와도 레레 여체는 거의 안나오는 것 같아서 상상해봤다.
이름은 레레의 퍼스트네임 이니셜이 G라서 떠오르는 레지나. 세레명으로 하늘의 여왕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뉴 스코틀랜드 야드의 경감인 레지나는 40대 초반 싱글맘ㅋㅋ 아들은 7살.
큰 키에 볼륨있는 몸매. 남성위주의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머리도 숏컷으로 자르고 단정한 바지정장을 입고 다니지만 사실 여성스러운 옷이 더 잘 어울리는 육감적인 미인ㅎㅎ
설정은 아주 마음에 드는데 계속 쓸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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