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크롭 & 페이스트의 결과물.
보호글이 상단에 올라오는 것이 싫을땐 이걸로 갱신해야지ㅋㅋㅋ
레레와 마형 사진은 셜록 안에서 맘에 드는 걸로 캡쳐하기엔 너무 힘이 들어서...ㅠㅠ
그리고 난 저 마형님 사진이 좋단 말이지ㅎㅎ
모리는 싫어서 뺀게 아니라 모리 사진 자체가 스포라서 뺐다 'ㅅ'-3 모리 좋아!
뭉개진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앞은 어둡고 군데군데 붉게 명멸했다. 흐릿한 시야 한가운데에 역시 흐릿한 덩어리가 있었다. 셜록은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눈꺼풀에 고여 있었던 액체가 눈 속으로 스며들어가서 눈이 아프고 귀가 지잉 시렸다.
“…셜록!!!”
먹먹하게 틀어 막힌 귓속으로 자신의 이름이 날카롭게 찔러 들어왔다. 낯익은 목소리다. 그래야만 했다. 귀가 뻥 뚫리자 뒤따라 눈도 맑아졌다. 잔뜩 찡그렸던 눈을 천천히 뜨자 역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젖고 긁히고 피 흘리고 놀란 얼굴. 그 동그란 얼굴이 걱정을 담뿍 담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셜록은 둔한 입술을 움직여서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턱을 움직인 순간 목구멍에 찰랑찰랑 차있던 물이 기침과 함께 울컥 뿜어져 나왔다.
“셜록! 괜찮아?”
기도에 들어간 물을 다 토해내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기침이 수반되었다. 겨우 숨 쉬기가 자유로워진 셜록은 안 아픈 데가 없는 몸을 겨우 일으켜 앉았다. 그가 앉아있는 곳은 깨진 타일과 무너진 철근 콘크리트의 잔해로 뒤덮인 물웅덩이의 가장자리였다. 그때서야 조금씩 끊어졌던 기억이 이어졌다.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 모리아티의 게임, 수영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함정, 폭탄 조끼를 걸친 존, 가차 없이 쏟아지던 붉은 레이저 스팟, 그리고 한 발의 총성.
그 뒤로 기억이 없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엄청난 굉음과 자신의 허리를 잡아채는 재빠른 두 팔 뿐. 아마도 그 팔은 지금 눈앞에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남자의 것이리라. 셜록은 까슬까슬 가라앉은 목소리로 비로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존….”
“셜록! 괜찮아? 숨을 쉬지 않길래 죽은 줄만 알았어!”
“난 괜찮아. 자네는? 다친 덴 없나?”
“없어! 아니, 여기저기 까지고 멍들긴 했지만 별건 아니야. 그보다 우린 살았어. 그 엄청난 폭발에서 살아남았다고!”
존은 흠뻑 젖은 햄스터 꼴을 해가지고 엄청나게 흥분해 있었다. 모리아티에게 납치되어서 폭탄 조끼를 걸치고 셜록을 기다려야 했던 존이다. 짧은 순간동안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것도 모자라서 눈앞에서 폭탄이 폭발했는데도 무사히 살아남았으니 흥분한 것도 당연하다. 최근에야 인정하게 되었지만 폭력과 스릴을 좋아하는 그로서는 끓어오르는 고양감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존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작은 손으로 셜록의 팔다리가 무사한지 더듬어 살폈다. 아프고 쑤시는 몸에 존의 바지런한 손길이 느껴지자 셜록도 그제야 자신이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래. 우린 살아있어.”
손을 뻗어서 존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웃음선이 그려진 동그란 얼굴. 언제나 꾸밈없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Brilliant!를 외치던 그의 얼굴엔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있었다. 젖은 이마 위에서 붉은 피를 배어나오는 찢어진 상처로 손을 올리자 존은 아팠는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아픈 건 좋은 거다.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존의 몸에서 묵직한 폭탄 조끼를 벗겨내서 멀리 던져버렸을 때, 셜록의 손가락은 감각이 없었다. 괴한에게 납치되었을 때나 목을 졸렸을 때조차 감각을 잃지 않았던 손끝은 차디차게 얼어붙어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연히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존재. 추운 날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온몸을 감싸 안아주는 따뜻한 공기 같은 존재를 덧없이 잃어버릴 뻔했다는 공포감이 셜록의 손끝을 모질게 깨물었었다.
내가 널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폭탄 조끼를 제때 벗겨내지 못했다면,
붉은 레이저가 겨냥한 너의 가슴에 무자비한 총탄이 날아와 박혔다면,
내가 이 폐허에서 눈을 떴을 때 무참하게 찢겨나간 너의 시체가 곁을 나뒹굴고 있었다면….
셜록은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한 손가락을 존의 얼굴에 갖다 댔다. 그리고 젖은 존의 얼굴에서 희미한 생명의 온기를 찾으려 더듬거렸다. 좀 더 만져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좀 더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어서 몸을 들이대고 어깨를 붙였다. 존은 셜록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조용히 몸을 기대주는 존의 얼굴을 감싸쥐고서 셜록은 자신의 뺨을 존의 뺨에 비볐다. 물과 피로 젖은 말랑한 피부. 뺨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안타까워서 셜록은 자신도 모르게 존의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댔다. 젖은 입술은 젖은 뺨보다 따뜻했다.
그것은 키스라고도 말할 수 없는 미약한 접촉이었다. 온기를 찾아서 얼굴을 부비던 입술과 입술끼리의 짧은 마주침. 맞닿은 입술은 입술 위에 보드라운 감촉을 남기고 떨어졌다. 셜록은 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존도 셜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놀라움은 담겨있지 않았다. 셜록의 투명한 물빛 눈동자를 쳐다보던 존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존이 자신의 입술을 바라보는 걸 보고 셜록은 이번에는 그가 자신에게 입 맞추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살짝 벌어진 존의 입술이 다가와 셜록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입술 안쪽에서 따뜻한 숨결과 촉촉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반가워서 셜록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벌렸다. 서툰 움직임으로 서로의 온기를 찾던 두 개의 혀끝이 입안에서 바삐 뒤엉켰다. 셜록은 존의 입술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존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존도 셜록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밀어붙였다. 입술과 혀, 그리고 손끝에서 번져나가는 열기가 눈물이 날만큼 좋았다.
그가 살아있고 자신이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이나 소중할 줄이야.
숨이 막혀서 입술을 뗀 존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셜록, 자네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러나 셜록은 웃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
“살아줘서 고맙네, 존.”
그 말에 존은 다시 웃었다.
흐뭇하게 치켜 올라간 입술에 셜록은 세 번째 키스를 했다.
존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셜록의 손가락은 존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라스트 에너미스몰 아일랜드 의 키스씬을 보고 키스씬이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키스는 얼마 없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존은 베이커가 221B의 낯선 침대인데도 불구하고 꿀 같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따뜻한 잠의 샘에 두 발을 담그고 허리까지 넣고 목 끝까지 차오른 물속에 막 머리를 담그려는 찰나, 띠링! 하는 전자음이 존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았다. 서서히 가라앉던 몸이 멈칫하고 흐려지던 정신이 스윽 맑아졌다. 안 돼. 난 자고 싶다고. 그러나 무정하게도 다시 띠링! 하고 존의 의식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소리가 울렸다. 달콤한 잠속에 뛰어들기 직전이었던 존은 잔뜩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 옆에 둔 핸드폰에서 푸른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셜록이었다.
‘자요?’
메시지 수신 시각은 2:45am.
이 몰상식한 동거인을 어쩌면 좋을까.
존은 두 번째 메시지를 확인했다.
‘거실로 내려와요. 안 잔다면.’
아니, 나는 잘 거야. 이렇게 편히 잠든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존은 핸드폰 액정을 바닥으로 뒤집어놓고 다시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때 악마 같은 세 번째 전자음이 띠링! 하고 울렸다.
‘안자는 거 알아요. 내려와요.’
한참 액정을 노려보던 존은 가벼운 욕설을 중얼거리며 덮고 있던 시트를 열어젖혔다.
거실로 내려 가보니 셜록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하늘색 가운에 가벼운 실내복 차림의 셜록은 검은 코트차림보다 더 어려보이고 가늘어보였다. 아직 반쯤 감겨있는 눈을 슥슥 비빈 존은 어정어정 걸어가서 셜록의 앞에 섰다. 잠이 매달려있는 존의 얼굴을 보고 셜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깨웠어요?”
“알면서 왜 물어.”
“아직 짐도 제대로 안 옮긴 낯선 집에서 잘도 자는군요.”
“말했잖아.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군에 있다 보면 아무데서나 잘 자게 돼.”
모처럼의 단잠을 방해받은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듯 존의 말투는 낮보다 무뚝뚝했다. 그러나 셜록은 사과대신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부럽군요.”
존은 거의 선명해진 눈을 깜빡이며 셜록을 내려다보았다. 추리할 땐 방해된다고 밥도 제대로 안 먹는 셜록이다. 오늘 택시 운전수 사건을 해결하고 존과 함께 중국음식을 먹긴 했지만 꼬챙이처럼 꼬치꼬치 마른 손목과 목덜미를 보면 그가 평소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건 천재 탐정이 아니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불규칙한 식사에 따라붙는 단짝은 불규칙적인 수면. 역시 그건가? 존은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혹시 불면증이야?”
하지만 셜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불면증은 잠을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하는 병이니까 나에겐 해당되지 않아요. 내 증세는 잠을 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수면장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정신이 맑고 얼마든지 더 사고할 수 있는데 잠을 자는 건 시간낭비죠.”
“아무튼 잠을 못 잔다는 거네.”
못 자는 게 아니라 안 자는 거라고 정정하려던 셜록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존의 눈빛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드레날린 때문이에요. 사건을 해결한 날은 넘치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좀처럼 수면을 취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오늘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기도 했지. 정신적인 충격도 무시하지 못할 거야.”
“왜 다들 내가 충격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쓸데없이 어깨에 담요나 덮어주고 괜찮냐고 묻기도 하고. 내가 괜찮다는 건 보면 모르겠어요?”
하지만 넌 지금 혼자 잠들지 못하고 자는 나를 깨우면서까지 곁에 불렀잖아.
그 말을 가까스로 도로 삼킨 존은 셜록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스프링 소리가 끼익하고 났지만 앉는 감촉은 제법 안락했다. 존이 옆에 와 앉자 셜록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존을 바라보았다.
놀라긴. 자던 사람을 일부러 깨워서 불러들였으면서 이 정도도 기대하지 않았던 거야?
존은 소파 팔걸이에 걸려있던 무릎 담요를 펼쳐서 셜록과 자신의 무릎에 덮고 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댔다. 셜록은 여전히 꼿꼿이 등을 세운 채 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은 세 봤어?”
존의 뻔하디뻔한 질문에 셜록은 대번에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그래야하죠? 그리고 단순한 유아수준의 반복계산으로는 내 두뇌활동을 둔화시킬 수 없어요.”
“따뜻한 우유나 핫초콜릿은?”
“우유는 다 떨어졌고 단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왜 묻는 거죠? 나는 자고 싶지 않다니까요.”
미간에 살짝 짜증을 새기며 되묻는 셜록을 바라보며 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봐, 잠이 안 온다고 날 부른 건 너라고.
네가 뭣 때문에 자던 날 깨웠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존은 옆에서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셜록에게 어린아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내가 자고 싶어서 그래. 네가 자야 나도 방해받지 않고 푹 잘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평소에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히는 방법 같은 건 없어?”
“코카…….”
“약물 말고!”
존이 그건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뻗어서 셜록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리자 셜록이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뒤로 뺐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잘난 척만 하던 그가 이렇게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은 처음 보았다. 그 표정에 왠지 장난기가 일어난 존은 셜록의 작은 머리통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서 마구 비비고 헝클어뜨렸다. Don't하고 짧은 소리를 지른 셜록은 도리질을 하며 뒤로 도망갔지만 남자 둘만 앉아도 빠듯한 작은 소파에서 더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의자 팔걸이에 등이 부딪쳐서 멈칫한 셜록을 존이 소파 쿠션 위에 쓰러뜨리고 버둥거리는 몸 위로 체중을 실었다. 셜록의 복슬복슬한 검은 머리칼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서 마음껏 뒤섞고 헝클어뜨리자 몸부림치던 셜록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져버렸다.
“셜록?”
불현듯 걱정이 된 존이 손을 떼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까치집처럼 마구 흐트러진 검은 덤불 밑에서 잔뜩 토라진 얼굴이 존을 흘겨보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그렇다면 어서 비켜요. 무겁다고요.”
정색을 하면서 삐진 셜록의 얼굴을 본 존은 그가 이런 종류의 스킨십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형도 있으면서 이런 장난을 한 번도 당해보지 않은 걸까? 하긴 오늘 만난 그의 형님이 이렇게 강아지들이 서로 물고 까부는 것 같은 장난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군대에서 지내면서 남자들끼리의 과격한 투닥거림에 익숙했던 존은 그렇지 않은 셜록에게 이런 장난을 친 것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존은 사과의 의미로 엉망이 된 셜록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미안. 네가 같은 캠프의 동료가 아니란 걸 잊고 있었어.”
“현실 적응 좀 하시죠. 여긴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런던. 난 같은 캠프의 병사가 아니라 당신의 플랫메이트라고요.”
셜록은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리면서 쏘아붙였지만 헝클어진 머리칼을 풀어주는 존의 손길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엉킨 머리칼 사이에 작지만 단단한 손가락을 넣고 한 올 한 올 풀어주는 존의 손길이 불쾌한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마에 내려온 머리칼을 쓸어 올려줬을 때 셜록이 살짝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을 보고 존은 그가 난폭한 장난은 싫어해도 부드러운 터치는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아이고, 이 오냐오냐 자란 도련님 같으니라고.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특별히 서비스 해주지.
존은 셜록의 몸에 완전히 체중을 싣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셜록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던 손을 목덜미로 미끄러뜨렸다. 아니나 다를까 셜록의 목덜미 근육은 단단히 굳어있었다. 어깨 재활 훈련을 할 때 배운 마사지식으로 승모근을 꽉 움켜쥐자 아팠는지 셜록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근육의 결대로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주물러주자 찡그린 미간이 펴지고 경직된 입가가 이완되었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기분 좋아, 셜록?”
“…별로.”
얼굴에 기분 좋다고 다 써있는데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셜록이 얄미워졌다. 존은 목덜미 근육에서 가장 효과적인 압점을 집고 꽉 눌렀다. 그러자 셜록이 눈을 꼭 감아버리면서 ‘아….’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가 마치 고양이가 고롱거리는 소리 같아서 존은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미안, 아팠어?”
“………별로.”
“그럼 계속해?”
“…당신이 계속 하고 싶다면.”
존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셜록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며 몸을 편히 늘어뜨렸다. 긴 다리가 소파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한쪽은 밖으로 삐져나갔지만 딱히 불편해 보이진 않았다. 존은 셜록의 표정 변화를 관찰하면서 슬슬 풀어지기 시작한 목덜미와 두피, 어깨를 조물조물 주무르고 마사지해주었다. 셜록의 피부는 존보다 얇고 서늘해서 손끝에 와 닿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얼마나 계속했을까. 이마에 땀이 배고 힘주어 꾹꾹 누르던 손가락이 저려올 때쯤, 존은 셜록의 표정에서 변화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의 손길에 따라 미간을 찌푸리기도, 기분 좋게 입 끝을 치켜 올리기도 했던 셜록의 얼굴에는 고요한 평온만이 떠올라 있었다. 존은 셜록의 목덜미에서 손을 떼고 나지막이 불러보았다.
“셜록?”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조용히 가라앉은 숨소리뿐이었다.
“자는구나.”
존은 셜록이 깨지 않도록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신경질적으로 보이지도 차가워보이지도 않았다. 기분 좋게 잠든 탓인지 살짝 입을 벌리고 자는 그의 표정은 순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루 종일 그 난리를 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잠이 안 온다고 자던 사람 불러내서 귀찮게 굴던 녀석이 이렇게 순진한 얼굴로 잠들다니 이건 반칙이야. 조금 심술이 난 존은 셜록의 높은 코끝을 두 손가락으로 집고 지그시 눌렀다. 그러나 코가 막힌 줄도 모르고 쿨쿨 자던 셜록은 호흡이 힘들어지자 잠결에 미간을 찡그리며 입으로 숨을 컥 들이켰다. 찔끔 놀란 존이 손을 떼고 셜록의 안색을 살폈지만 셜록은 다시 편안한 숨소리를 내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수면장애라고? 잘만 자잖아….”
존은 어이없는 눈으로 셜록을 내려다보았다. 사건을 해결한 날은 잠을 못 잔다던 그의 말은 자신을 놀리기 위한 허풍이었을까? 아니면 그도 이제야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네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다섯 번째로 셜록의 목숨을 위협하던 택시 운전수를 주저 없이 쏘아 맞췄을 때, 손아귀에서 짜릿하게 퍼지던 반가움과 해방감처럼. 홀로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잠 못 이루며 뒤척이거나 겨우 잠들어서도 악몽을 꾸다 식은땀에 흠씬 젖어서 벌떡 일어나던 자신을 아기 양처럼 잠들게 해준 무언가를.
…그것이 목 마사지는 아닌 것 같지만.
존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스프링이 삐걱거렸지만 셜록은 좀처럼 깨지 않았다. 투닥거리느라 바닥에 떨어진 무릎담요를 집어든 존은 셜록의 몸에 잘 덮어 주었다.
“Sweet dream, Sherlock.”
담요 위로 셜록의 어깨를 다독여준 존은 발소리를 죽여서 조심스럽게 거실을 나왔다. 셜록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었더니 다시 잠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이대로 잠들면 꿈도 꾸지 않고 달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존은 하품을 하면서 침실로 올라갔다. 썰렁해진 시트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눈을 감자마자 따뜻한 잠의 샘이 다시 존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존은 아래층 소파에서 곤히 자고 있는 정신 나간 천재처럼 곧 깊이 잠들었다.
그때 셜록을 잠들게 한 것이 무엇인지 존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셜록 선점용 글.
블로그 개설하면서 셜존셜로 수위가 없는게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셜록, 나 왔………으악!”
무거운 식료품 봉지를 안고 계단을 올라온 존은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기함을 하고 말았다. 계란과 피클병과 우유와 토마토 등등이 든 봉지를 발등 위로 떨어뜨리지 않은 것이 용했다. 그랬다면 익히지 않은 오믈렛으로 엉망이 된 마룻바닥을 오후 내내 닦아내야 했을 테니까. 겨우 봉지를 옆에 내려놓은 존은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게 아닌가 눈을 끔뻑이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존의 플랫메이트인 셜록 홈즈가 흠뻑 젖은 알몸에 얇은 가운만 겨우 걸친 채 키보드를 맹렬하게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셔, 셜록…? 뭐하는 거야?”
셜록은 존의 물음에도 돌아보지 않고 키보드를 치며 대답했다.
“보면 모르겠어? 이틀째 붙잡고 있던 살인사건의 트릭을 풀고 있는 중이잖아. 샤워하다가 갑자기 돌파구가 떠올랐거든.”
아, 그래서….
―하고 쉽게 납득하는 자신이 셜록과 지나치게 붙어 지냈다고 존은 생각했다. 이젠 냉장고 속에 사람 머리가 있어도, 선반 위에 해골이 놓여있어도, 전자렌지 안에 안구가 있어도 놀라지 않았다. 지금처럼 셜록이 2010년의 아르키메데스 같은 짓을 하고 있어도 그의 말 한 마디에 금방 납득하고 익숙해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두 사람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같은 집에서 일어나 사건이 없을 땐 함께 먹고 사건이 생겼을 땐 함께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같은 집으로 돌아와서 한 지붕 아래 잠드는 존과 셜록은 이미 플랫메이트라고 하기에도 친구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연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한 거리에 있었다. 마치 방안 깊숙이 의자에 앉아있는 셜록과 문가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자신의 거리처럼. 존은 탁탁탁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자를 치고 있는 셜록을 뒤로 하고서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내려왔을 때 그의 손엔 커다란 타월이 들려 있었다.
존은 조용히 셜록의 등 뒤로 다가갔다. 셜록의 젖은 몸에는 짙은 물빛으로 변한 얇은 가운이 어깨와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앞도 여미지 않은 옷깃 사이로 적절한 근육만 잡힌 마른 가슴이 엿보였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납작한 배와 옴폭한 배꼽도 보였다. 타자에 몰입하느라 편히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엔 아슬아슬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칼 끝과 팔꿈치에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의자와 바닥과 책상 가장자리는 셜록이 흘린 물기로 젖어있었다. 존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젖어서 더 구불거리는 셜록의 검은 머리 위로 타월을 덮었다. 그러자 셜록이 타자치는 손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
“뭐하는 거지?”
“이대로 있다간 감기 걸려, 셜록.”
존은 셜록의 젖은 머리칼을 타월로 그러모아 물기를 짜고 두피를 살살 문질러서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셜록은 그런 존을 제지하지 않고 탁탁탁 타자에 열중했다. 존은 셜록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휘저으며 말리고 젖은 귀 뒤와 귓바퀴를 닦아주고 이마와 목덜미와 어깨의 물기도 타월로 톡톡 두드려주었다. 존의 따뜻한 손가락이 셜록의 서늘한 살갗을 어루만지자 기분 탓인지 셜록의 타자치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았다. 존이 셜록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목과 쇄골, 가슴까지 닦아내려갔을 때, 여태까지 말이 없던 셜록이 뿌루퉁하게 입을 열었다.
“…존, 방해 돼.”
“아, 미안. 머리만 좀 더 말리면 되는데 그만 할까?”
존은 셜록의 몸을 닦아주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상반신의 물기는 대충 닦아냈으니 지금 그만둬도 감기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머리까지 다 말리면 더 좋겠지만. 존이 선뜻 물러나려 하자 셜록은 흘깃 뒤를 돌아보더니 말없이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계속해도 좋아. 난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니까.”
존은 흡사 흠뻑 젖은 꼬락서니로 주인에게 다가와서 ‘내 털을 말리도록 허락해줄게’ 라고 새침을 떼는 버릇없는 강아지 같은 셜록의 태도에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물론 진짜로 웃어버렸다간 셜록이 자신에게 며칠 동안이나 갖은 심술을 부렸겠지만. 다행히 소리 없이 미소만 지은 존은 셜록의 머리를 타월로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날 존이 셜록의 머리칼을 다 말려줄 때까지 셜록의 타자소리는 아주 아주 천천히 이어졌고 존은 쿡쿡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꽤 고생을 해야 했다.
현장에서 사건을 지휘하던 레스트레이드는 목구멍을 간질거리며 올라오는 기침 때문에 돌아섰다. 며칠 전부터 칼칼하던 목이 본격적인 감기로 악화된 모양이다. 부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억누르고 목 안쪽에서 쿨럭거렸다. 겨우 기침이 가라앉았을 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런던 경시청의 경감이 감기에나 걸리다니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군요."
비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알 수 없는 매끄러운 목소리는 레스트레이드가 잘 아는 키 큰 남자의 것이었다. 기침 때문에 눈가까지 벌게진 레스트레이드는 어느새 등 뒤에 와있는 남자에게 돌아서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홈즈씨."
돌아서자마자 부드러운 감촉이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흠칫 놀라 긴장한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의 목에 걸쳐진 물체를 내려다보았다. 머플러. 질 좋은 캐시미어. 색깔은 레스트레이드의 눈 빛깔과 잘 어울리는 포근한 밤색이었다. 레스트레이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마이크로프트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무리 런던의 범죄를 소탕하느라 바쁘다지만 건강을 등한시 하면 되겠습니까. 목이라도 감싸고 다니세요."
희고 반듯한 손가락이 레스트레이드의 목에 머플러를 묶어주었다. 푹신한 머플러 자락 사이로 가려졌다 드러났다 하는 하얀 맨손가락을 보고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손가락도 자신의 드러난 목 못지않게 추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수위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뭐 별거 안나오니까 공개로.
버진이라고 놀림받아서 짜증내는 셜록을 형님 돋는 레레가 체리 졸업 시켜주려고 바에 데려가는 썰이 귀여워서 실시간으로 써갈겼네ㅋㅋ
글이 저질이라 죄송합니다...;
벌써 몇 병이나 비웠는지 모른다. 레스트레이드는 털어넣으려던 위스키잔이 텅 빈것을 보고 가까이 있는 병을 집었다. 하지만 그 병도 비어있었다. 내가 다 마셨나? 그건 아닐 것이다. 여기 널브러져 있는 술병의 술을 혼자 다 마셨다면 지금 자신은 바 테이블이 아니라 앰뷸런스를 타고 있을 것이다. 천재 탐정이 아니라도 이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셜록?"
그러자 옆자리에서 마찬가지로 술이 나오지 않는 술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노려보며 허공에 흔들고 있던 셜록이 꼬부라진 혀로 대답했다.
"허? 레흐트라드....?"
셜록은 6번째로 다가왔던 여자 2인조가 그의 친절한 독설에 질려 도망쳐버린 후로는종족번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캐주얼한 교미보다 빠른 알콜 흡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런 셜록에게 뭐부터 가르쳐야할지 막막했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어째서 "당신은 배란기입니까? 하복부가 약간 부풀어있는 것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군요. 콘돔이라 불리는 라텍스 피임기구의 피임방지 확율은 100%가 아닙니다. 배란기의 난자와 나의 활발한 정자가 만나면 원치않는 임신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와 교미하겠습니까?" 라고 말하면 안되는지부터 설명해야할까, 안주를 집어먹던 여성이 "어머 나 살찌는데. 나 뚱뚱해보이죠?" 라고 말할 때 "그렇군요. 당신의 체지방은 건강한 20대 여성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치킨 너겟을 다 먹으면 내일 아침 0.3% 정도 더 올라가겠군요." 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부터 가르쳐야할까. 현명한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에게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한잔 두잔 계속 잔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해서 2시간 뒤엔 둘다 고주망태가 되어버렸다.
"레흐트라드.....오늘의 시도는 실패야... 난 실패해써...."
텅 빈잔을 벌써 세번째 입안에 털어넣으며 셜록이 중얼거리자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등을 팡팡 쳐주며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셜록!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은가! 자넨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언변술도 뛰어나니까......아니 입만 다물고 있으면 동정 딱지는 금방 뗄 수 있을 거야. 나만 믿어!"
레스트레이드는 술에 취하면 긍정적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 근거없는 긍정적 발언에 셜록은 푹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고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레스츠라드.....근거없고 비과학적인 응원이지만 기분이 좋아지는근...."
셜록이 순순히 고맙다고 말할 줄 몰랐던 레스트레이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셜록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고..고맙긴. 나도 자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않은가. ..........그런데 셜록 자네 눈동자가 정말 예쁘군. 물망초 같은 하늘색이야..."
"그러는 당신 눈은.........잿빛이 섞인 블랙이군.....비구름이 낀 밤하늘색...내가 좋아하는 하늘이야..."
서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이제 슬슬 계산해달라고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웨이트리스는 두 남자가 격렬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 뒷걸음질쳐서 가버렸다. 부킹한 여자들을 죄다 퇴짜 놓더니 역시 호모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방이나 잡을 것이지.
다음날 셜록은 깨질듯한 두통과 그보다 더 큰 둔통을 느끼며 깨어났다. 술을 마셨으니 머리가 아픈 건 논리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어째서 엉뚱한 곳에서 저릿한 아픔이 올라오고 있는 것인가.
머리를 싸매쥔 셜록은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5번째로 테이블에 찾아왔던 여자가 자신에게 술을 끼얹었던 것이다. (물론 잘 피했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아니...조금 더 기억 난다. 누군가 내 눈이 예쁘다고 했다. 기분이 좀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게 몇번째 여자였을까.... 두통이 더 심해진다. 셜록은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이럴땐 빙글빙글 돌고 싶은데 빙글빙글 돌았다간 두통이 심해져서 토할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어 유감이다. 누군가와 키스한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다. 술 냄새가 많이 났다. 입술은 따뜻했고 포옹은 강인했다. .........여자 운동선수가 있었던가...? 그러고보니 등을 팡팡 쳐주었던 것 같다. 얼얼했다. 마치 내가 사건을 해결했을 때 레스트레이드가 종종 그랬던 것처럼...........응?
순간 셜록은 두통이 심해지는 것도 무릅쓰고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평소보다 수염이 좀더 자라난 그의 얼굴이 셜록과 같은 베개를 베고 있었다. 그는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허리께에만 시트를 감고 입을 벌리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드르렁.........커.........."
대답대신 코를 고는 레스트레이드의 드러난 상체엔 몇줄기 할퀸 자국과 붉은 자국이 점점이 남아있었다. 셜록은 1초 정도 망설였다가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쳐보았다. 예상대로 셜록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속옷까지 다. 오른쪽 발에 절반쯤 신겨져있는 양말은 미처 벗지 못한 실수인가 누군가의 페티시의 잔재인가. 그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셜록의 몸에 남은 흔적들이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셜록의 몸에 울긋불긋 수놓은 것은 키스마크였다. 주로 목덜미와 유륜 근처에 집중된 붉은 키스마크는 그의 몸이 어젯밤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추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심지어 한쪽 유두는 아직도 발딱 서있어서 이불이 스칠 때마다 따끔따끔 아팠다. 이것은........아니, 아직 판단은 보류하자. 성급한 결론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셜록은 천근같은 몸을 약간 일으켜서 천천히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보았다.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에 말라붙은 점액의 흔적이 불길했다. 그리고 셜록의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더듬어 들어가서 아까부터 아릿아릿 고통을 주던 그부분에 닿았을 때, 셜록은 자신이 필요한 모든 단서를 얻게 되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고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레스트레이드의 가슴팍을 매섭게 내리쳤다.
"레스트레이드! 일어나!"
느닷없이 가슴에 호된 일격을 맞은 레스트레이드는 컥하고 숨을 들이켜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앞엔 분노한 얼굴의 셜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울긋불긋하게 물든 섹시한 알몸도. 레스트레이드는 흐릿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셜록............어제 성공했나?"
그 말에 셜록의 눈썹이 한층 더 높이 치켜올라갔다. 그는 다짜고짜 레스트레이드가 감고 있는 시트를 홱 벗겨내고 그의 엉덩이 사이에 손을 쑥 밀어넣었다. 너무나 빠른 손놀림이라 아직 잠이 덜깬 레스트레이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미가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IT과의 게이 지미였다면? 하는 썰에서 나온 글.
지미 손나 귀요미ㅋㅋ
XX월 XX일 흐림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깬다. 미남 바텐이 주는 칵테일이라도 너무 많이 마셨나봐. 하지만 팁을 바텐더의 슴가골에 끼워주면서 마시는 섹스 온 더 비치는 레알인걸. 아침에 또 지각해서 팀장님한테 혼났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변명은 이제 약발 다 된 것 같다. 커피나 마시러 가야지. 오늘은 시체안치소에 마이 엔젤이 안와서 하루 종일 우울하다.
XX월 XX일 맑음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그 얄미운 여자랑 마주쳤다. 안 어울리는 립스틱을 바르고 양손에 커피를 들고 가고 있었다. 뭐야 3년전 유행색이잖아. 어이가 없다. 커피잔을 훔쳐보니까 둘다 까맸다. 저 여자는 크림을 타 마시는 걸로 아는데 혹시 마이 엔젤의 커피인가! *>ㅂ<*
+ 카페테리아에 물어봤더니 블랙에 설탕 둘이라고 했다. 마이 엔젤....... 씁쓸함 뒤에 달큰하게 퍼지는 맛을 좋아하는구나. 난 크림 둘 설탕 넷인데 앞으론 나도 설탕 둘로 마셔야겠다. ......요즘 뱃살이 좀 나온 것 같아서 고민이다....
XX월 XX일 비
마이 엔젤이 연구실에 왔다고 해서 보러 갔다. 마이 엔젤은 오늘도 타이트한 돌체 앤 가바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가슴을 펼 때마다 단추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속살이......하응! 손가락을 넣어서 긁어주고 싶었다. 마이 엔젤은 딱 붙는 셔츠와 슬림한 자켓이 입고 태어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오늘도 말채찍으로 시체를 때려주길 바랬지만 마이 엔젤은 그냥 시체만 살펴보고 가버렸다. 누군가 같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오늘은 마이 엔젤로 눈을 정화했으니 클럽에서 괜히 눈 버리지 말고 집에 가서 음미하며 자야겠다.
XX월 XX일 흐림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연구실의 그 여자 블로그를 찾아낸 건 정말로 우연이었다. 맹세컨대 악플을 달려고 찾아낸 게 아니다. (....물론 찾아내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여자는 샤방샤방한 블로그에 온통 마이 엔젤의 이야기를 써놓고 있었다. 온라인에서까지 우폭하는게 고까워서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앗! 팀장님이 이쪽을 노려본다. 나갔다 오게;
+ 몰리의 블로그는 유치하지만 제법 재미있다. 퇴근 전까지 이 블로그를 좀 더 읽어봐야겠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여자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X월 XX일 맑음 후 비
식당에서 몰리를 만났다. 내가 인사하자 깜짝 놀란 듯했다. 다행히 오늘 바른 립스틱은 나쁘지 않았다. 피부가 깨끗하니까 맥의 비바글램 가가를 발라주고 싶다. 같이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어색한 얼굴로 쳐다봤지만 마이 엔젤의 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잠시 후에 우리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몰리는 생각보다 귀여운 여자다. 몰리랑 이야기하면서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마이 엔젤의 얘기를 알게 되었다. 퇴근하고 차나 마시자고 권해볼까ㅎㅎ
몰리가 마이 엔젤이 언제 오는지 알려줘서 연구실로 내려갔다. 마이 엔젤과 잘 모르는 사람이 신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몰리도 그 사람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늘은 만반의 계획을 갖췄고 제일 좋아하는 팬티도 입었다. 난 할 수 있어!!!!!!!! 마이 엔젤은 나를 살짝 덤벙대는 몰리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경계를 풀테지. 하지만 그건 나의 치밀한 계획이자 노림수였다. 난 마이 엔젤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내 연락처를 그릇 밑에 끼워 넣고 왔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거야. 오직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마이 엔젤만이 혼자 알아차리겠지. 내가 이렇게 대담한 사람인줄 나도 몰랐다ㅎㅎㅎㅎㅎㅎㅎㅎ 연락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앗! 핸드폰 배터리가 한 칸 떨어졌다. 충전해야겠다! 마이 엔젤에게 연락이 오면 몰리에겐 말해줘야지. 몰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남자라도 소개시켜줘야겠다. 마이 엔젤이랑 같이 온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넷이 더블데이트라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ㅎㅎㅎ
XX월 XX일 천둥번개
전화가 오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몰리도 많이 바쁜지 찾아갈 때마다 자리에 없다.
무슨 사건인지 몰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XX월 XX일 비
전화가 안 온다.
혹시 내 통화대기 시스템이 고장난건 아닐까?
내가 샤워하는 동안 배터리가 방전된게 아닐까?
몰리는 아직도 바쁜가보다.
심심하다.
XX월 XX일 흐림 후 비
아이폰의 런던 전화 수신율에 관해서 구글링 해봤다. 많은 가입자들이 아이폰의 전파 전송력을 불신하고 있다. 빌어먹을 잡스! 마이 엔젤은 전화기를 바꿔야한다.
몰리랑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그냥 가버렸다. 확실하지 않지만 날 피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살도 좀 찐 것 같다. 어쩌면 오늘 입은 색이 팽창색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