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배포전에 레스트레이드x셜록x레스트레이드 19금 소설 [Between the Glassbox] 들고갑니다.
옛날 옛날에 모처에서 유리상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썰을 소설로 다시 쓴 책입니다. 현대 배경 AU로 셜록은 탐정이 아니고 레스트레이드도 경찰이 아닌 설정이에요. 기존 연재 내용에 추가된 부분이 있고 번외로 후일담이 들어갑니다.
※ 커플링 주의 ※ 셜록X레스트레이드와 레스트레이드X셜록이 공존하는 19금 리버시블입니다. 씬 나옵니다. 취향타는 소재도 나옵니다.. + 어이쿠 까먹었는데 마존 설정도 있습니다.
A5 출력본 / 182P / 컬러표지 / 8000원 / 19금 (93년생부터 구입 가능)
표지는 저와 트윈 부스로 참가하시는 티캣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ㅠㅠ
부수는 예약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소량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ㅎㅎ 통판 예정은 아직 없어요. 배포전에서 신분증 확인 후에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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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겨주세요! 예약은 2월 5일까지 받겠습니다.
페이지수 나왔습니다. 182페이지! 늘어났습니다...ㅋ....ㅋ... 가격 확정했습니다. 8000원입니다.
예약 마감했습니다! 예약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배포전에서 뵙겠습니다! 부스위치는 H07입니다.
sample 1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샤워부스보다 조금 큰 크기의 유리 상자였다. 유리 상자를 둘러싼 남자들은 무대를 구경하는 사람들처럼 환호하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들은 말없이 침을 삼키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안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열심히들 보고 있나. 궁금해진 레스트레이드는 남자들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들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상자 안엔 검은 머리의 청년이 들어 있었다.
청년은 2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풍성한 검은 웨이브 헤어에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 적절하게 잔 근육이 잡힌 마른 몸엔 딱 붙는 가죽바지와 가죽조끼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징 박힌 가죽부츠, 역시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액세서리는 길고 날씬한 목에 찬 은제 초커 하나가 다였다. 신체가 노출된 부분이 가슴과 배, 팔꿈치 위쪽밖에 없었지만 하얀 피부와 검은 에나멜의 대비가 다 벗은 것보다 더 에로틱하게 보였다. 보아하니 청년은 유리 상자 속에서 춤을 추며 스트립쇼를 하는 모양이었다. 상자 위엔 디지털시계가 붙어있었는데 커다란 액정에서 숫자가 막 10에서 9로 바뀐 참이었다. 저 숫자가 0이 되면 돈을 넣어야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청년은 무대 위의 바니걸들처럼 웃으며 애교를 떨지도, 봉춤을 추는 근육남들처럼 육체미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턱을 도도하게 치켜든 채 유리벽에 기대어 선 그는 한쪽 가죽장갑의 가운데 손끝을 깨물었다. 하얀 앞니를 살짝 드러낸 채로 팔을 당기자 팔꿈치까지 감싼 긴 가죽장갑이 천천히 벗겨졌다. 애태우듯 천천히 벗겨지는 장갑과 그 밑에서 드러나는 희고 긴 팔과 손목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진 레스트레이드는 빽빽이 서있는 남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장갑을 다 벗겨낸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둘러보다가 장갑을 홱 내던졌다. 청년이 던진 장갑은 마침 원의 제일 앞줄로 나온 레스트레이드 바로 앞에 있는 유리벽에 맞고 떨어졌다. 흠칫 놀란 레스트레이드와 청년의 눈이 마주쳤다. 청년의 눈동자는 겨울날의 하늘보다 더 차가운 아이스블루였다. 자신을 쏘아보는 청년의 서늘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레스트레이드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가 찬 손으로 심장을 꽉 움켜쥔 기분이었다. 청년은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레스트레이드가 우스웠는지 피식 웃어주었다. 청년의 눈가가 살풋 가늘어지면서 색이 연한 입술에 웃음기가 떠오르자 레스트레이드는 차가운 손에 쥐어진 심장이 물처럼 스르르 녹아서 없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청년이 느릿느릿 장갑을 다 벗고 가죽부츠도 벗고 맨발이 되었을 때, 상자의 시계가 00:00이 되었다. 그러자 애초에 그리 밝지도 않았던 상자의 불이 꺼지며 청년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남자들이 큰 소리로 불평하는 소리에 넋을 잃고 있던 레스트레이드도 정신이 들었다. 다시 불을 켜라고 안달하는 손님들에게 마릴린 먼로 같은 차림의 여장남자가 와서 초반 10분은 서비스로 보여주고 그 다음부터는 돈을 낸 손님에게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덜거리는 손님들 중에서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려는 남자가 보이자 레스트레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택시비로 꺼냈던 돈을 유리 상자의 돈 창구에 재빨리 쑤셔 넣었다. 그가 오늘 밤 청년의 첫 번째 손님이 된 것이다.
sample 2
뒷문으로 끌려 나간 레스트레이드는 어두운 골목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 원래 몸싸움에 익숙한 타입도 아닌데다 잘 먹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지낸 중년의 레스트레이드가 젊고 건장한 경호원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스트레이드의 바다보다도 깊은 분노는 안젤로의 바디 블로를 정통으로 맞고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솥뚜껑 같이 거대한 주먹이 뱃속을 뚫고 들어와서 내장을 후려치는데 분노 그딴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때 눈앞에 하얘졌는지 까매졌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땅바닥에 웅크려서 달팽이처럼 몸을 동글게 말고 몰매를 맞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잘못했다고 그만하라고 아프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늘씬하게 두들겨 맞은 레스트레이드는 뒷골목 쓰레기 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그에게 침을 탁 뱉은 안젤로는 또 난동을 부리면 그땐 이 정도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사라졌다. 레스트레이드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쓰레기 더미 위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온몸이 아프고 자존심도 아팠다. 번듯한 회사에서 한 부서를 이끌던 자신이, 멀쩡한 가정을 가지고 넓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굴리던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몰락해서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이다. 이 쓰레기 더미는 몰락한 자신의 종착역이었다. 더 떨어져봤자 여기보다 더 비참할까. 이 더러운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까지 원한 것은 오직 셜록뿐이었는데 그를 만져본 적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자신은 그저 그를 구경하며 욕정을 채우는 손님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그것조차 못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비참해져서 울음이 나왔다.
엉망이 된 얼굴로 꺽꺽대며 우는 그의 앞에 길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레스트레이드는 누가 곁에 다가왔다는 걸 알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는 쓰레기나 안 우는 쓰레기나 어차피 똑같은 쓰레기. 이 한심한 꼬락서니를 해가지고 억지로 안 우는 척 해봤자 세워질 체면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글프게 이어지는 레스트레이드의 흐느낌 위로 건조한 저음이 내려앉았다.
“왜 울지?”
어딘가 묘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레스트레이드는 부어오른 눈을 겨우 뜨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무 아파서 이젠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긴 코트를 걸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셜록이었다. 본디지가 아닌 멀쩡한 옷을 입은 모습은 처음 보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캐시미어 코트와 짙은 색 머플러를 두른 셜록은 유흥업소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이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 멍하게 셜록을 올려다보았다. 셜록이 다시 물었다.
“왜 우냐고 묻잖아, 아저씨.”
어쩐지 높고 투명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과는 달리, 진짜 셜록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이었다. 음역이 낮은데도 저음 특유의 묵직한 느낌은 없고 대신 세련된 발음과 깊이가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도 레스트레이드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셜록의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내 자신이 비참해서요. 난 이제 더 떨어질 곳도 없어요….”
그 말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셜록이 레스트레이드를 내려다보며 입 끝을 치켜 올리고 피식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상자 안에서 다정하게 지어주던 미소와는 달리 몹시 차가웠다. 레스트레이드는 처음 셜록을 봤을 때처럼 찬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기분을 다시 맛봤다. 입가에서 웃음을 지운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가겠어?”
레스트레이드는 얼떨떨한 얼굴로 셜록을 쳐다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셜록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가 아니라 실제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이게 꿈이라면 깨지 말아야지. 그리고 이게 현실이라면…. 레스트레이드는 피 묻은 손으로 셜록의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셜록은 손에 피와 오물이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레스트레이드를 일으켜 주었다. 몸을 일으켰더니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레스트레이드는 제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셜록에게 의지한 채 한참을 윽윽거리며 신음해야 했다. 그의 등이 어느 정도 펴지자 셜록은 손을 잡아끌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보폭과 속도에 레스트레이드는 발을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