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건을 지휘하던 레스트레이드는 목구멍을 간질거리며 올라오는 기침 때문에 돌아섰다. 며칠 전부터 칼칼하던 목이 본격적인 감기로 악화된 모양이다. 부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억누르고 목 안쪽에서 쿨럭거렸다. 겨우 기침이 가라앉았을 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런던 경시청의 경감이 감기에나 걸리다니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군요."
비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알 수 없는 매끄러운 목소리는 레스트레이드가 잘 아는 키 큰 남자의 것이었다. 기침 때문에 눈가까지 벌게진 레스트레이드는 어느새 등 뒤에 와있는 남자에게 돌아서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홈즈씨."
돌아서자마자 부드러운 감촉이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흠칫 놀라 긴장한 레스트레이드는 자신의 목에 걸쳐진 물체를 내려다보았다. 머플러. 질 좋은 캐시미어. 색깔은 레스트레이드의 눈 빛깔과 잘 어울리는 포근한 밤색이었다. 레스트레이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마이크로프트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무리 런던의 범죄를 소탕하느라 바쁘다지만 건강을 등한시 하면 되겠습니까. 목이라도 감싸고 다니세요."
희고 반듯한 손가락이 레스트레이드의 목에 머플러를 묶어주었다. 푹신한 머플러 자락 사이로 가려졌다 드러났다 하는 하얀 맨손가락을 보고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손가락도 자신의 드러난 목 못지않게 추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