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에 올라온 존잘님의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하는 그림을 보고서 주체하지 못하고 써버린 글ㅋㅋ
리퀘주의 글도 달달해서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
내꺼는 달달은 아니고 건조한 분위기인데 이런 분위기가 나의 레셜 디폴트.
오랜만에 써보니 좋았다ㅎㅎ
"자네 지금 겨우살이 밑에 서있어."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셜록은 문자를 입력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뉴 스코틀랜드 야드의 1층 로비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경찰청을 어려워하는 런던시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올해 트리는 예년보다 크고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처럼 늦은 밤에도 꼬마전구 덩굴은 알록달록한 불을 밝혔고,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의 가지엔 여러 가지 장식들이 매달려 있었다. 셜록이 서있는 가지엔 막대사탕이나 금빛 구슬 대신 겨우살이가 매달려 있었다. 단지 그뿐이다. 셜록은 핸드폰을 쥔 채로 막 로비로 내려온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이 어두운 로비에서 제일 밝은 위치예요."
새벽 3시였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난지 오래였고 경찰청은 야근자들에게 불을 밝혀주기보다는 전기세를 우선했다. 그러면서도 트리엔 불을 밝혀놓는 이중성이라니. 셜록은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종교행사의 상징물 밑에서 3초마다 색깔이 바뀌는 꼬마전구의 불빛으로 겨우 스마트폰 액정을 비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끝났어.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나머지 몇 글자를 더 치려는 셜록에게 레스트레이드가 천천히 다가왔다.
"겨우살이 밑에 서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무심하게 대답하는 셜록을 보고 레스트레이드의 눈썹머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런 쓸데없는 정보는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을 거라고 여겼나보다. 사실 그 말이 맞았다. 레스트레이드가 진지한 얼굴로 '어떤 의미'라고 말했을 때 문득 생각이 났을 뿐이다. 레스트레이드는 몇 걸음 더 다가와서 셜록의 앞에 섰다.
"알고 있으면 그 자리는 피하는게 어때?"
묘하게 쌀쌀맞은 목소리였다. 셜록은 말없이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벌써 다섯 번째 크리스마스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레스트레이드와 셜록은 만난 이후로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엔 연쇄살인마가 흘린 증거를 찾기 위해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템즈 강가를 뒤졌고 2년 뒤엔 앙심을 품은 피의자가 셜록을 가위로 찌르는 바람에 미어터지는 응급실에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때 셜록은 처음으로 레스트레이드가 범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는 어디서 보냈더라.
"자네가 그런데 관심 없는 줄 모르는 사람이 오해하기 전에."
아, 기억났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엔 레스트레이드의 방에 있었다. 그가 선물로 받은 글렌피딕 30년산과 함께. 그때 셜록은 창밖에서 들리는 성가대의 캐럴이 짜증난다고 했고 레스트레이드는 쿡쿡 웃으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아주었다. 잠시 후 그가 귀에서 손을 떼고 셜록의 허리를 잡았을 때, 신기하게도 더이상 캐럴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엔 자신의 집에 있었다.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자정을 막 넘긴 시간에 화를 내며 떠났고 셜록은 배웅하지 않았다. 문가엔 그가 가져온 커다란 크리스마스 용품 봉지가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봉지 위로 비죽이 튀어나온 겨우살이 가지는 새해가 지난 후에야 바싹 마른 채 쓰레기더미에 버려졌다. 그 뒤로 그가 사적인 일로 셜록을 찾아오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셜록은 자신의 정면에서 거리를 두고 서있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말했다.
"전 이 자리가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오해해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여기 '다른 사람'이 있나요?"
셜록이 담담하게 되묻자 레스트레이드의 눈가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가 쌓인 피로 때문에 갑자기 안검경련증이 생긴게 아니라면 꽤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어딘가 화가 난듯한 표정이 낯이 익었다. 기억이 맞다면, 물론 맞겠지만 피의자의 가위에 찔렸을 때 17바늘을 꿰매고 응급실 칸막이에서 걸어 나오는 자신을 보고 레스트레이드가 지었던 표정과 닮았다. 그때 그의 주먹은 붉게 부어있었다.
"장난하지 마."
"제가 장난을 친 적이 있습니까?"
"더이상 휘둘리기 싫어."
"싫다면서..."
셜록은 서너 걸음 앞에 있는 레스트레이드를 향해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어째서 겨우살이 이야기를 꺼낸 겁니까, 경감님. 크리스마스는 3시간 전에 이미 지나버렸는데요."
엄밀히 말해서 올해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낸 것이 맞다. 피곤에 찌든 여덟명의 형사들도 함께 있었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레스트레이드와 셜록의 시선은 몇 차례나 마주쳤다. 자정이 지났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와는 달리 축하하지 않는 26일 0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너 걸음에서 한 걸음이 줄어든 거리는 1년 전보다 가까웠다. 두 번만 큰 보폭으로 움직이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말 그대로 그는 둘 사이의 거리를 단 한 걸음에 뛰어 넘어버린 것이다.
"읍!"
멱살을 잡듯이 머플러를 움켜쥔 손이 거칠게 잡아당겼다. 며칠째 밤샘으로 가칠하게 튼 입술이 역시 비슷하게 튼 입술을 덮쳐왔다. 밀어붙이는 기세에 뒤로 넘어갈 뻔 했지만 뒷머리를 단단히 붙잡은 손이 지탱해주었다. 두툼한 혀가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1년 만의 감촉이었다. 셜록은 핸드폰을 쥔 손으로 그의 등을 끌어안을 새도 없이 키스에 응했다. 그의 입술은 여전히 바삭바삭 말라있고 혀는 여전히 뜨겁고 축축했다. 셜록은 오랜만의 키스에 빠르게 적응하며 얇은 혀끝을 맞댔다. 그와의 키스가 그리웠었다.
셜록의 하얀 피부 위로 비치는 꼬마전구의 색색가지 불빛이 아주 여러 번 색을 바꾼 후에야 엉켜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단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레스트레이드는 몸의 체중이 뒤로 쏠려서 넘어가기 직전엔 셜록의 머플러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랜 키스로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겨우살이 밑을 벗어났어."
확실히 지금은 겨우살이 밑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었다. 변명인지 투정인지 모를 그 말에 셜록은 헐떡이면서도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런 것에 집착한다. 셜록은 그것이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한때 그런 가정을 일궜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가 된 지금 더더욱 겨우살이나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자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 그는 펄쩍 뛰며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셜록은 크리스마스나 겨우살이 같은 뻔한 풍습 자체에 1g의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으나 레스트레이드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와 겨우살이 아래 키스는 싫어하지 않았다. 그걸 1년 전에 말해주면 좋았을걸.
"그래서 키스하지 않을 겁니까?"
입 끝을 치켜 올리며 웃어줬더니 저녁 내내 굳어있던 레스트레이드의 입가도 부드럽게 허물어졌다.
"설마."
이번엔 좀더 다정하게 와 닿는 입술을 맞이하며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의 등에 손을 올렸다.
셜록이 해리를 만나러 간 존에게 작성 중이었던 문자를 고쳐서 전송한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오늘도 철야. 돌아가면 자네가 돌아와 있겠군. 오후에 보세, 존. SH]
이걸로 늦은 크리스마스 인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ㅎㅎ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