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뭐 별거 안나오니까 공개로.
버진이라고 놀림받아서 짜증내는 셜록을 형님 돋는 레레가 체리 졸업 시켜주려고 바에 데려가는 썰이 귀여워서 실시간으로 써갈겼네ㅋㅋ
글이 저질이라 죄송합니다...;
벌써 몇 병이나 비웠는지 모른다. 레스트레이드는 털어넣으려던 위스키잔이 텅 빈것을 보고 가까이 있는 병을 집었다. 하지만 그 병도 비어있었다. 내가 다 마셨나? 그건 아닐 것이다. 여기 널브러져 있는 술병의 술을 혼자 다 마셨다면 지금 자신은 바 테이블이 아니라 앰뷸런스를 타고 있을 것이다. 천재 탐정이 아니라도 이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셜록?"
그러자 옆자리에서 마찬가지로 술이 나오지 않는 술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노려보며 허공에 흔들고 있던 셜록이 꼬부라진 혀로 대답했다.
"허? 레흐트라드....?"
셜록은 6번째로 다가왔던 여자 2인조가 그의 친절한 독설에 질려 도망쳐버린 후로는종족번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캐주얼한 교미보다 빠른 알콜 흡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런 셜록에게 뭐부터 가르쳐야할지 막막했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어째서 "당신은 배란기입니까? 하복부가 약간 부풀어있는 것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군요. 콘돔이라 불리는 라텍스 피임기구의 피임방지 확율은 100%가 아닙니다. 배란기의 난자와 나의 활발한 정자가 만나면 원치않는 임신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와 교미하겠습니까?" 라고 말하면 안되는지부터 설명해야할까, 안주를 집어먹던 여성이 "어머 나 살찌는데. 나 뚱뚱해보이죠?" 라고 말할 때 "그렇군요. 당신의 체지방은 건강한 20대 여성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치킨 너겟을 다 먹으면 내일 아침 0.3% 정도 더 올라가겠군요." 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부터 가르쳐야할까. 현명한 레스트레이드는 셜록에게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한잔 두잔 계속 잔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해서 2시간 뒤엔 둘다 고주망태가 되어버렸다.
"레흐트라드.....오늘의 시도는 실패야... 난 실패해써...."
텅 빈잔을 벌써 세번째 입안에 털어넣으며 셜록이 중얼거리자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등을 팡팡 쳐주며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셜록!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은가! 자넨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언변술도 뛰어나니까......아니 입만 다물고 있으면 동정 딱지는 금방 뗄 수 있을 거야. 나만 믿어!"
레스트레이드는 술에 취하면 긍정적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 근거없는 긍정적 발언에 셜록은 푹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고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레스츠라드.....근거없고 비과학적인 응원이지만 기분이 좋아지는근...."
셜록이 순순히 고맙다고 말할 줄 몰랐던 레스트레이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셜록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고..고맙긴. 나도 자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않은가. ..........그런데 셜록 자네 눈동자가 정말 예쁘군. 물망초 같은 하늘색이야..."
"그러는 당신 눈은.........잿빛이 섞인 블랙이군.....비구름이 낀 밤하늘색...내가 좋아하는 하늘이야..."
서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이제 슬슬 계산해달라고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웨이트리스는 두 남자가 격렬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 뒷걸음질쳐서 가버렸다. 부킹한 여자들을 죄다 퇴짜 놓더니 역시 호모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방이나 잡을 것이지.
다음날 셜록은 깨질듯한 두통과 그보다 더 큰 둔통을 느끼며 깨어났다. 술을 마셨으니 머리가 아픈 건 논리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어째서 엉뚱한 곳에서 저릿한 아픔이 올라오고 있는 것인가.
머리를 싸매쥔 셜록은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5번째로 테이블에 찾아왔던 여자가 자신에게 술을 끼얹었던 것이다. (물론 잘 피했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아니...조금 더 기억 난다. 누군가 내 눈이 예쁘다고 했다. 기분이 좀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게 몇번째 여자였을까.... 두통이 더 심해진다. 셜록은 이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이럴땐 빙글빙글 돌고 싶은데 빙글빙글 돌았다간 두통이 심해져서 토할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어 유감이다. 누군가와 키스한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다. 술 냄새가 많이 났다. 입술은 따뜻했고 포옹은 강인했다. .........여자 운동선수가 있었던가...? 그러고보니 등을 팡팡 쳐주었던 것 같다. 얼얼했다. 마치 내가 사건을 해결했을 때 레스트레이드가 종종 그랬던 것처럼...........응?
순간 셜록은 두통이 심해지는 것도 무릅쓰고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평소보다 수염이 좀더 자라난 그의 얼굴이 셜록과 같은 베개를 베고 있었다. 그는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허리께에만 시트를 감고 입을 벌리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드르렁.........커.........."
대답대신 코를 고는 레스트레이드의 드러난 상체엔 몇줄기 할퀸 자국과 붉은 자국이 점점이 남아있었다. 셜록은 1초 정도 망설였다가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을 들쳐보았다. 예상대로 셜록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속옷까지 다. 오른쪽 발에 절반쯤 신겨져있는 양말은 미처 벗지 못한 실수인가 누군가의 페티시의 잔재인가. 그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셜록의 몸에 남은 흔적들이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셜록의 몸에 울긋불긋 수놓은 것은 키스마크였다. 주로 목덜미와 유륜 근처에 집중된 붉은 키스마크는 그의 몸이 어젯밤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추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심지어 한쪽 유두는 아직도 발딱 서있어서 이불이 스칠 때마다 따끔따끔 아팠다. 이것은........아니, 아직 판단은 보류하자. 성급한 결론은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셜록은 천근같은 몸을 약간 일으켜서 천천히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보았다.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에 말라붙은 점액의 흔적이 불길했다. 그리고 셜록의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더듬어 들어가서 아까부터 아릿아릿 고통을 주던 그부분에 닿았을 때, 셜록은 자신이 필요한 모든 단서를 얻게 되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고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레스트레이드의 가슴팍을 매섭게 내리쳤다.
"레스트레이드! 일어나!"
느닷없이 가슴에 호된 일격을 맞은 레스트레이드는 컥하고 숨을 들이켜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앞엔 분노한 얼굴의 셜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울긋불긋하게 물든 섹시한 알몸도. 레스트레이드는 흐릿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셜록............어제 성공했나?"
그 말에 셜록의 눈썹이 한층 더 높이 치켜올라갔다. 그는 다짜고짜 레스트레이드가 감고 있는 시트를 홱 벗겨내고 그의 엉덩이 사이에 손을 쑥 밀어넣었다. 너무나 빠른 손놀림이라 아직 잠이 덜깬 레스트레이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